버지니아공대팀, 위성 데이터로 41개 댐 전수 분석... "전원 변형 확인"
50년 넘은 노후 댐, 기후변화 폭우 못 버텨... 복구비만 238조 원 '천문학적'
50년 넘은 노후 댐, 기후변화 폭우 못 버텨... 복구비만 238조 원 '천문학적'
이미지 확대보기미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이 인공위성 레이더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인 41개 댐 모두에서 지반 침하 등 구조적 변형 신호가 포착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호우가 잦아지는 가운데, 50년 이상 된 노후 댐들이 이를 견디지 못할 수 있다는 ‘인프라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현지시간) 막대한 복구 비용과 안전 불감증이 겹친 미국 인프라의 현주소를 집중 조명했다.
우주에서 내려다본 미국의 댐들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텍사스주 휴스턴 북부에 위치한 리빙스턴 댐(Livingston Dam)은 길이 4km에 이르는 거대한 흙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 댐은 지난 10년간 매년 약 8mm씩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버지니아공대 연구팀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 전역의 노후 댐들이 지반 침하로 붕괴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분석은 육안검사가 아닌, 인공위성을 활용한 정밀 진단이라는 점에서 인프라 안전 관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위성이 보낸 경고... “조사 대상 41곳 모두 위험”
버지니아공대 모하마드 코라미 박사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넬-1’ 위성이 수집한 레이더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13개 주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41개 댐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간섭 합성 개구 레이더(InSAR)’ 기술을 적용해 댐의 높이 변화를 mm 단위로 측정했다. 이는 위성에서 지상으로 레이더파를 발사한 뒤,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해 지표면의 높이 변화를 밀리미터(mm) 단위까지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 41개 댐 모두에서 높이 변화가 감지됐다. 일부는 미세한 침하에 그쳤지만, 리빙스턴 댐처럼 구조물 부위별로 가라앉는 속도가 다른 ‘부등 침하(differential settlement)’ 현상을 보이는 곳도 있었다. 부등 침하는 단순히 전체가 균일하게 내려앉는 경우와 달리, 특정 구간은 더 빨리, 다른 구간은 더 느리게 침하가 진행되면서 구조물에 균열이나 변형을 유발해 댐의 구조적 안정성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코라미 박사는 지난달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연례 회의에서 “이러한 변형은 구조물이 불안정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규제 당국이 이미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댐들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빙스턴 댐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침식이 발생하면서 운영사인 트리니티강 관리청이 ‘잠재적 붕괴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위성 데이터가 보낸 10년의 경고가 현실 위협으로 나타난 셈이다. 현재 미 육군 공병대는 이 댐의 상태를 ‘불량’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50살 넘은 ‘낡은 댐’... 기후 위기 만나 ‘시한폭탄’ 되나
여기에 기후변화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WP 자체 조사 결과, 지난해 대기 중 수증기 흐름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면 그만큼 강력한 폭우가 쏟아질 확률이 높다.
연구에 참여한 마누체르 시르자에이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노후한 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강력한 기상 현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23년 리비아 대홍수 당시 댐 붕괴 참사를 분석했던 그는 이번 위성 분석을 ‘건강검진’에 비유했다.
시르자에이 교수는 “위성 데이터 분석은 의사가 정밀 검사를 하기 전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선별 검사와 같다”며 “육안 검사만으로는 댐의 내부 건강 상태와 잠재적 위험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복구비만 238조 원”... 현실적 한계와 반론
하지만 노후 댐을 보수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ASDSO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주 정부와 민간이 관리하는 댐 8만 9000곳을 보수하는 데 약 1652억 달러(약 238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댐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실제 배정되는 예산은 연간 수천만 달러 수준에 불과해,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금액에 턱없이 모자란다.
존 로슈 메릴랜드주 댐 규제 담당관은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성 분석 기술은 문제가 있는 댐을 선별하는 훌륭한 1차 도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위성 분석이 만능은 아니다. 연구팀이 지반 침하를 지적한 노스캐롤라이나주 로아노크 래피즈 댐의 운영사 도미니언 에너지 측은 “해당 댐은 매우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졌다”며 “심각한 침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연구팀의 분석 방식이 해당 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도구일 뿐, 최종 진단은 현장 조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시르자에이 교수는 “우리의 기술은 적은 비용으로 우선순위 목록을 만드는 정확한 방법”이라며 위성 데이터가 예방적 차원의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미국 내 모든 고위험 댐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화형 지도를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다.
"남의 일 아니다"... 국내 댐 60%가 30년 넘은 노후 시설
한국 역시 ‘노후 댐의 역습’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댐 1만 7000여 개 중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댐 비율은 60%를 웃돈다. 특히 지자체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의 경우 상당수가 흙으로 지은 필댐(Fill Dam) 형식이어서 집중호우에 따른 월류(물 넘침)나 붕괴 위험이 크다. 지난해 장마철에도 충청 지역 일부 저수지 제방이 붕괴하며 주민 대피 소동이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또한 지형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첨단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과 노후 시설에 대한 선제적 보강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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