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수출 통제 수위를 끌어올리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본의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을 문제 삼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압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대일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희토류에 대한 추가 통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조치가 실제로 현실화될 경우 중국의 대일 수출 물량 가운데 약 40%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어 일본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제조용 소재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겨냥해 압박 수위를 본격적으로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희토류 통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중국과의 정상 회담 이후 희토류 문제가 해결됐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다카이치 총리는 대응 수위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조치에 항의했지만 중국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보복 조치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커트 통 전직 미국 고위 외교관이자 아시아그룹 매니징 파트너는 “일본의 기본 접근은 중국과의 타협 출구를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즉각적인 보복에 나서지도 않는 것”이라며 “중국의 압박이 결국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시간을 두고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 발언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희토류 공급을 둘러싼 긴장 완화를 시도하는 시점과 맞물리며 외교적으로 민감한 국면을 만들고 있다.
미·중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점도 일본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하시 료 도쿄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과거 일본 외교는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 뒤 중국을 상대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미·중 관계가 비교적 양호한 상황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통해 중국과 협상하던 기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를 “매우 의미 있는 대화”라고 평가했고 연내 방미 계획도 밝혔다.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차관보는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미국 측과 통화하며 긴밀한 공조를 확인했다고 일본 정부는 전했다.
가와이 다이스케 도쿄대 경제안보·정책혁신 프로그램 책임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일본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활용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는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직후 발표됐다. 이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균열을 노린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같은 장면은 3년여 전 일본과 한국 정상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캠프데이비드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선언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일본과의 관계는 중국과의 관계만큼 중요하다”고 말하며 균형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역시 대응 수단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일본은 첨단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수출 통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이미 첨단 반도체 장비 수입에 제약을 받고 있어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틸리 장은 “중국이 이미 차단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차단된 상태”라며 “일본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일본 기업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모호한 표현으로 설계돼 있어 일본 경제에 미칠 실제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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