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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2027년 가스 독립 '승부수'…韓 건설·조선 '수주 잭팟'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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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2027년 가스 독립 '승부수'…韓 건설·조선 '수주 잭팟' 터지나

하루 2억 입방피트 생산해 560만 가구 전력 공급… '이란 족쇄' 끊기 가속
美 베이커 휴즈 기술 주도 속 '친서방 vs 친이란' 정치 지형이 변수
국내 건설사 플랜트·조선사 LNG 운반선 등 '낙수효과' 기대감 고조
이라크 정부가 만성적인 전력난 해소와 에너지 주권 회복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남부 가스전 개발 완료 시점을 2027년 초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라크 정부가 만성적인 전력난 해소와 에너지 주권 회복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남부 가스전 개발 완료 시점을 2027년 초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라크 정부가 만성적인 전력난 해소와 에너지 주권 회복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남부 가스전 개발 완료 시점을 2027년 초로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전체 전력의 40%를 이란에 의존하는 기형적 에너지 사슬을 끊고, 미국 등 서방 진영과의 경제 결속을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5(현지시각) 이라크 석유부가 가라프(Gharraf)와 나시리야(Nassiriyah) 가스 개발 사업의 완공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앞당긴 2027년 초로 재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산 가스 더는 못 믿어"… 美 손잡고 에너지 홀로서기


이라크가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하루 평균 2억 표준입방피트(MMSCFD)에 달하는 가스를 생산한다. 이는 56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이라크 전체 전력망에 400메가와트(MW) 용량을 즉각 더할 수 있는 규모다.

그동안 이라크는 세계 12위권(8조 입방미터)의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생산 시설 부족으로 가스를 공중에 태워 없애는 '플레어링(Flaring)'을 반복해 왔다. 세계 2위의 가스 소각국이라는 오명 속에 연간 170억 세제곱미터의 가스를 허공에 날렸다. 부족한 전력은 이란산 가스와 전기를 수입해 메웠는데, 이는 이라크가 정치·경제적으로 이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핵심 원인이었다.

에너지 전문 언론인 사이먼 왓킨스(Simon Watkins)는 이란 의존도가 이라크에 끼친 악영향을 세 가지로 진단했다. 첫째, 이란의 전력 차단 위협이 이라크 내 반이란 세력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둘째, 자국 가스 개발의 시급성을 낮춰 막대한 자원 낭비를 방치했다. 셋째, 정세 불안을 키워 서방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았다.

이번 사업 조기 추진은 이런 연결 고리를 끊으려는 미국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어거스트 플루거 미국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란 에너지 금지법'은 이라크의 이란산 에너지 수입을 강력히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라크로서도 에너지 자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베이커 휴즈가 기술 주도… 정치적 불안정은 '뇌관'


사업의 핵심 파트너는 미국 에너지 기업 베이커 휴즈(Baker Hughes). 베이커 휴즈는 이라크 남부 가스공사(SGC), 중국 석유공정건설공사(CPECC)와 협력해 나시리야 통합 가스 단지에 최첨단 가스 포집 및 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1단계에서 가스를 압축·건조하고, 2단계에서 액화천연가스(NGL) 공장을 가동해 전력용 건성 가스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분리 생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준비보다 이라크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사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한다. 무함마드 시아 알 수다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친서방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라크 석유부 관계자는 오일프라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문제를 넘어 철저히 지정학적 선택에 달렸다"고 밝혔다. 친이란 세력이 다시 득세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업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韓 기업에 열리는 '기회의 문'… 건설·조선 업계 주목


이라크의 가스 자립 행보는 한국 산업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우선 글로벌 가스 공급이 늘어나면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기여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부담을 던다. 특히 2026년 이후 카타르와 북미의 증산 물량과 맞물려 국제 가스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와 전력 기업에는 직접적인 수주 기회다. 이라크 정부는 가스 생산과 더불어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송배전망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이라크 전력부와 한국 정부가 인프라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등 과거 이라크에서 대형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들이 가스 발전소 및 인프라 구축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의 수혜도 기대된다. 이라크가 내수 충당을 넘어 가스 수출국으로 전환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LP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 가스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이 중동발 신규 선박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다.

중동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이란 의존'에서 '자립과 서방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라크의 이번 결정이 중동 정세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전 세계가 주목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