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5% 인하 조건 ‘애리조나 팹 5곳’ 추가 합의… 비용 눈덩이
CEO 체포령에도 멈추지 않는 中 ‘인재 사냥’… 저출산 겹쳐 ‘3중고’
CEO 체포령에도 멈추지 않는 中 ‘인재 사냥’… 저출산 겹쳐 ‘3중고’
이미지 확대보기13일(현지시간) 유나이티드 뉴스 네트워크(UDN), 블룸버그통신, PC홈 등 주요 외신은 TSMC가 미국과 관세 인하 협상을 타결하는 대가로 애리조나 공장을 대폭 확장하기로 했으나,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와 인력난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관세 5%p 깎아줄 테니 공장 5개 더 지어라… TSMC ‘울며 겨자 먹기’
대만 경제무역팀과 미국 정부 간의 이면 합의 내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대만 PChome 뉴스는 13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대만산 제품 수출 관세를 기존 20%에서 한국·일본 수준인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TSMC가 애리조나주에 팹(Fab) 5곳을 추가 건설하기로 확약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TSMC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지만, 대가는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 환신 윤보정치경제산업연구소 부회장은 “미국 내 운영비 급증은 필연적이며, TSMC가 유지해 온 ‘마지노선’인 총이익률 60%가 무너지고 50%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차이 부회장은 이어 “TSMC는 지난주 이미 공장 확장을 위한 부지 매입에 착수했다”며 “이는 미국 상무부가 요구하는 ‘다양성 및 포용(DEI)’ 조항 이행 압박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Capex)와 미국의 높은 인건비, 물류비용이 TSMC의 고수익 구조를 갉아먹는 구조다. 류페이전 대만 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향후 미국 시설은 AI 시대를 겨냥한 최첨단 공정이 될 것”이라며 기술 유출과 비용 부담 가중을 우려했다.
TSMC가 유지해 온 ‘마지노선’인 총이익률 60%가 무너질 경우
이는 TSMC가 누려왔던 '고수익-재투자-기술격차'라는 선순환 고리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비용 압박에 의해 구조적으로 끊어질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총이익률 50%는 '압도적 기술 독점'을 상징한다. TSMC는 그동안 애플,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더라도 대체재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53~60%에 달하는 경이적인 이익률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미국 공장의 높은 운영 비용을 고객사(애플 등)에게 전부 전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TSMC의 가격 결정권이 약화되었으며, 더 이상 비용 증가분을 판매가 인상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에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술 투자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운드리는 매년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머니 게임'으로, TSMC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2나노(nm), 1.4나노 등 차세대 공정 개발과 장비(ASML의 High-NA EUV 등) 도입에 재투자해 왔다. 이익률 하락은 곧 현금 창출 능력 저하를 의미하며, 삼성전자나 인텔과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압도적인 '투자 체력'이 예전만 못해질 수 있다.
CEO 체포영장에도… 中, 위장 계열사 세워 ‘인재 싹쓸이’
미국이 비용 부담을 가중한다면, 중국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인재를 노린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 대만 검찰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OnePlus)의 피트 라우(Pete Lau) CEO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혐의는 ‘불법 인력 채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원플러스는 대만 내 미허가 지사를 설립, 반도체 및 IT 전문 인력 70여 명을 불법 스카우트했다. 대만 법률상 중국 기업은 정부 허가 없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만 조사국은 2020년 전담 태스크포스(TF) 가동 이후 100건이 넘는 중국 기업의 불법 채용을 적발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도 제3국 법인으로 위장해 인력을 빼돌리다 덜미를 잡혔다. 차이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기술 경쟁을 넘어 ‘인재 쟁탈전’으로 확전했다”며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의 동시 확장은 인력 부족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팹(Fab)은 기피 대상”… 인구 절벽에 멈춰 선 성장 엔진
더 근본적인 공포는 내부에서 시작됐다. UDN은 13일 “TSMC 신화의 주역인 ‘성실한 엔지니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TSMC 직원 수는 70%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대만 출산율은 반토막 났다. 인력 공급의 ‘저수지’ 자체가 말라버린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와 AI 스타트업이 대만에 진출하며, 우수 공학도들이 고강도 업무가 필수인 반도체 공장 대신 자유로운 외국계 기업을 선택하고 있다.
UDN은 “TSMC가 인텔과 삼성을 제치고 독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수한 엔지니어 풀(Pool)이었다”며 “젊은 세대의 제조업 기피와 인구 절벽은 TSMC의 아성을 흔드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차이 부회장은 “미국으로의 생산 기지 이전과 핵심 인력 유출은 결국 대만 국내 고용과 소비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대만 반도체 산업이 맞이한 이번 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대만 내 인력 부족과 미국 애리조나의 용수 부족 문제 등 지리적·환경적 제약이 겹치면서, TSMC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기술력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