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기술 훔친 제품, 美 국경 못 넘게 해야" vs 캐터필러 "우린 대체 불가…금지 땐 美 인프라 마비"
ITC,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 현미경 검증 착수…수입 배제 명령 땐 시장 판도 격변
미네소타(밥캣) vs 텍사스(캐터필러) 정치권 대리전 비화…내년까지 치열한 법리 공방 예고
ITC,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 현미경 검증 착수…수입 배제 명령 땐 시장 판도 격변
미네소타(밥캣) vs 텍사스(캐터필러) 정치권 대리전 비화…내년까지 치열한 법리 공방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4일(현지시각) 이퀴프먼트월드 등 미국 현지 전문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미 ITC는 캐터필러가 미국으로 들여와 파는 특정 건설장비와 부품이 두산밥캣의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가리는 조사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두산밥캣 북미법인이 지난달 2일 "캐터필러가 우리 기술을 훔쳐 만든 제품을 미국에 팔고 있다"며 ITC에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수입 금지'라는 핵폭탄…관세법 337조의 파괴력
이번 조사의 승부처는 '관세법 337조(Section 337)' 위반 여부다. 이 조항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이 특허권이나 상표권을 침해했는지 다루는 무역 구제 제도다. 일반 법원 소송과 달리 결과가 빠르고 강력하다.
ITC 위원회가 조사 끝에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 해당 제품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막는 '제한적 수입 배제 명령(Limited Exclusion Order)'을 내릴 수 있다. 이미 들어와 있는 재고 물량에 대해서도 판매를 못 하게 하는 '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Order)'이 가능하다.
두산밥캣은 소장에서 캐터필러가 스키드 스티어 로더, 컴팩트 트랙 로더, 굴착기 등 핵심 소형 장비를 만들면서 밥캣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밥캣 측은 "캐터필러가 경쟁사 제품을 뜯어보고(Teardown) 부품 단위까지 정밀 도면을 그리는 등 조직적으로 기술을 베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캐터필러의 방어 논리 "우린 너무 커서 금지 못 한다"
세계 1위 건설장비 기업인 캐터필러는 거세게 반발했다. 캐터필러는 답변서에서 "밥캣의 요구는 미국 인프라 재건 능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맞섰다. 자사가 미국 건설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품 수입을 막으면 공공 안전을 해치고 건설 비용이 치솟는 등 '공익'에 반한다는 논리다.
특히 캐터필러는 이번 소송을 "한국 대기업이 미국 토종 기업을 공격하는 사건"으로 몰아가며 국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밥캣은 "우리는 수십 년간 노스다코타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공장을 돌리며 일자리를 만들어 온 미국 내 핵심 기업"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국적이 아니라 지식재산권 절도"라고 잘라 말했다.
美 의회·주지사까지 참전…지역 경제 대리전으로 확산
ITC의 조사 개시를 앞두고 미 정치권은 양분됐다. 캐터필러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주의 그렉 애벗 주지사와 브래드 노트(노스캐롤라이나), 브루스 웨스터먼(아칸소) 하원의원 등은 캐터필러를 지지하는 서한을 ITC에 보냈다. 이들은 "수입 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소비자 선택권이 줄고 건설장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캐터필러의 '경제 타격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두산밥캣의 주요 생산 거점이 있는 미네소타의 미셸 피쉬바흐 하원의원과 노스캐롤라이나의 팻 해리건 하원의원은 밥캣을 지지하고 나섰다. 해리건 의원은 서한에서 "밥캣은 수백 건의 미국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라며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기업이 혁신을 지속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역구 일자리와 경제 이권을 지키기 위한 정치인들의 대리전이 펼쳐진 셈이다.
15~18개월의 장기전…시장 판도 바뀔까
ITC 조사는 보통 시작하고 나서 최종 판정까지 15개월에서 18개월 정도 걸린다. 사건은 행정법 판사(ALJ)에게 넘겨져 증거 조사와 심리를 거친 뒤, 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을 단순한 법정 싸움이 아니라 급성장하는 '소형 건설장비' 시장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고 있다. 두산밥캣은 소형 장비 분야의 '원조'로서 압도적인 브랜드 힘을 가졌고, 캐터필러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이 시장을 넘보고 있다.
건설장비 업계 관계자는 "만약 ITC가 두산밥캣 손을 들어줘 캐터필러의 주력 소형 기종 수입이 막힌다면, 북미 시장 공급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두산밥캣 같은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캐터필러가 방어에 성공한다면 두산밥캣의 기술 독점권 주장은 힘을 잃을 수 있다.
두산밥캣은 이번 ITC 제소와는 별도로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도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독일 법원 등 유럽에서도 전방위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의 물러설 수 없는 '특허 전쟁'은 내년까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