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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1년, 행정명령 228건으로 바이든 유산 전면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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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1년, 행정명령 228건으로 바이든 유산 전면 폐기

1월6일 사건 1600명 사면·DEI 전면 철폐...민주주의·기후정책 5대 영역 역전
"전임 정책 지우기가 목표" 백악관 공식 인정...대통령 유산 사상 최단 수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통신·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유산을 체계적으로 지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종정의, 관료제, 기후변화, 다자주의 등 5대 영역에서 바이든 정부 정책을 전면 폐기하며 전임 대통령 재임 기간을 역사적 오류로 규정했다.

악시오스가 지난 18(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정책을 되돌리는 차원을 넘어 바이든 정부 4년 전체를 부정하는 초유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 애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재앙 정책을 모두 되돌리길 원한다""전임자 유산 지우기가 바로 우리 목표"라고 공식 인정했다.

행정명령 228건으로 바이든 4년치 초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0일 취임 이후 12개월간 220건이 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4년 임기 동안 발령한 162건은 물론 자신의 14년간 발령한 220건과 맞먹는 기록이다. 캐나다 CBC뉴스는 취임 후 1년 만에 이 같은 수준의 행정명령을 발령한 것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라고 분석했다.

행정명령 대부분은 바이든 정부 정책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지난 12월에는 66개 국제기구 탈퇴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연방기록관리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228건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2기 이후 역대 대통령이 임기당 발령한 행정명령 중간값은 200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8개월 만에 이를 넘어섰다.

관료제 개편도 가속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0일간 연방 공무원 6만 명을 해고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문 관료 제도를 전면 폐기하면서 충성도 검증을 정부 인사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해 연방정부 규모를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600명 사면에 DEI 프로그램 전면 종식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 수호를 임기 핵심 과제로 삼았던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취임 첫날 20211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관련자 약 1600명에게 사면을 단행했다. 이 가운데 1500여 명은 완전 사면을 받았고, 극우단체 오스키퍼스(Oath Keepers)와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소속 14명은 형량을 감형받았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사면 대상자 가운데 600명 이상은 법 집행 관리 폭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인정했고, 170명은 치명적 무기 사용 혐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 부정 주장을 철회하지 않은 인사들을 정부 고위직에 임명했다. 법무부 독립성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건의 형사 기소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 차원에서 정치적 반대자를 표적 수사하고 기소했다.

인종 정의 영역에서는 더욱 급진적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발령한 행정명령 14151호를 통해 정부 내 모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종식시켰다. 모든 연방기관에 DEI 관련 부서와 직책을 폐지하도록 지시했고,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직책도 삭제했다. 바이든 정부가 2021120일 발령한 행정명령 13985'연방정부를 통한 인종적 평등과 소외계층 지원 촉진'을 전면 폐기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는 물론 합법 이민자에 대해서도 강경 단속을 실시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605000건이 넘는 강제 추방이 이뤄졌다. 190만 명의 불법체류자가 자발적으로 미국을 떠났다. 특히 미네소타주 소말리아계 미국인 등 유색인종 공동체를 집중 표적으로 삼았고,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인에 특별 난민 보호 지위를 부여했다.

기후변화 '사기' 규정...동맹국 경제 강압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기'로 규정하며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전면 폐기했다. 지구 온난화를 정부 조직 원칙이자 실존 위협으로 간주했던 바이든 정부와 정반대 노선이다. 화석연료를 경제 성장과 인공지능(AI) 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내세우며 청정에너지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 의회가 4년 전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불과 1년 만에 기후변화 의제는 국가 정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기하고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며 바이든 정부의 기후 프로그램을 전면 철회했다.

외교 정책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다자주의 노선을 뒤집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결속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미국의 힘이 동맹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년 만에 강대국이 규칙을 만드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전통 동맹국을 영토 정복과 경제 강압으로 위협하며 소원하게 만들었다.

악시오스는 "바이든 정부 운명을 보면 대통령 유산은 이제 후임자가 허락하는 한에서만 지속한다""워싱턴에 물리 흔적을 남기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산이 더 오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대통령 간 이념 차이는 명백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 유산 말소 의지는 매우 개인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가 도난당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퇴임 후 받은 형사 기소를 바이든 법무부가 자신의 삶을 파괴하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내부에 걸려 있던 바이든 전 대통령 초상화를 치우고, 그 자리에 자동서명기 사진을 걸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실제 업무는 하지 않고 서명만 자동으로 했다는 뜻으로, 83세 민주당 정치인을 조롱하며 그의 대통령직을 무의미한 것으로 폄하한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