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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로봇 하드웨어 입었다… ABB·엔비디아, 제조 원가 40% 절감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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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로봇 하드웨어 입었다… ABB·엔비디아, 제조 원가 40% 절감 ‘승부수’

가상훈련 정확도 99% 달성… 시뮬레이션 결과 현장 즉시 투입하는 ‘심투리얼’ 완성
폭스콘 등 글로벌 거점 실증 돌입… 2026년 하반기 ‘하이퍼리얼리티’ 상용화 예정
국내 제조 대기업 ‘자율 제조’ 경쟁 가속화 속 플랫폼 종속 및 데이터 주권 확보 과제
스위스 로봇 전문 기업 ABB는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자사 로봇 설계 소프트웨어인 ‘로봇스튜디오(RobotStudio®)’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전격 통합한다. 사진=ABB이미지 확대보기
스위스 로봇 전문 기업 ABB는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자사 로봇 설계 소프트웨어인 ‘로봇스튜디오(RobotStudio®)’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전격 통합한다. 사진=ABB
인공지능(AI)이 디지털 가상 세계의 벽을 깨고 실제 물리적 생산 현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단순히 텍스트나 영상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물리 법칙이 작용하는 로봇의 움직임을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비즈니스와이어(Business Wire)와 로이터(Reuters) 통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위스 로봇 전문 기업 ABB는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자사 로봇 설계 소프트웨어인 ‘로봇스튜디오(RobotStudio®)’에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을 전격 통합한다.

이번 협력은 가속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가상 세계의 학습 결과를 실제 로봇에 이식할 때 발생하는 오차, 즉 ‘심투리얼(Sim-to-Real)’ 간극을 소멸시키기 위한 글로벌 제조 거인들의 전략적 동맹으로 풀이된다.

정확도 99% 구현한 ‘하이퍼리얼리티’… 제조 패러다임의 하방 압력


ABB가 새롭게 선보이는 ‘로봇스튜디오 하이퍼리얼리티(RobotStudio HyperReality)’는 엔비디아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식해 가상 세계를 실제와 똑같이 복제한다.

로봇은 가상의 공장에서 빛의 굴절, 질감, 물리적 저항 등을 100%에 가깝게 구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이러한 정밀 시뮬레이션의 파괴력은 압도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마르크 세구라(Marc Segura) ABB 로보틱스 사장은 해당 보도에서 “가상 훈련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 99%의 정확도로 구현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조 공정에서 로봇을 현장에 배치한 뒤 수행하던 수개월간의 미세 조정 기간을 사실상 없앨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공정 최적화 비용을 최대 40%까지 덜어내는 한편, 신제품의 시장 출시 기간을 50%가량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제조 현장의 ‘자율 제조’ 열풍… 플랫폼 종속은 넘어야 할 산

이러한 피지컬 AI의 확산은 국내 제조 대기업들의 ‘자율 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 전략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30년 무인 공장 실현을 목표로 반도체 라인에 디지털 트윈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역시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를 통해 로봇 자율 주행 동선을 가상 세계에서 최적화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플랫폼 종속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엔비디아 옴니버스가 제조 소프트웨어의 표준 운영체제(OS)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기업들의 고유한 제조 노하우가 해외 플랫폼에 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스마트 팩토리 전문가는 “글로벌 표준 기술을 활용하되, 그 안에서 생성되는 공정 데이터와 학습 모델에 대한 주권은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폭스콘 등 실증 완료… 노동력 부족 해결할 ‘게임 체인저’


피지컬 AI의 실효성은 이미 글로벌 현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 기업인 폭스콘(Foxconn)은 소비자 가전 조립 공정에서 이 솔루션을 활용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정밀한 조립이 필요한 공정에서 AI 기반 로봇이 가상 학습만으로 실전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또한 미국의 로봇 기업 워커(WORKR)는 이번 엔비디아 GTC 행사에서 ABB의 솔루션을 통해 북미 지역의 고질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를 공개한다.

디푸 탈라(Deepu Talla) 엔비디아 부사장은 “제조업계가 AI 로보틱스를 대규모로 도입하려면 가상 공간과 실제 공장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물리적 정확성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협력이 복잡한 제품 생산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시대… 지능형 제조 네트워크의 서막


오는 2026년 하반기 정식 출시될 이 시스템은 ‘산업용 파운데이션 모델’의 진화를 예고한다.

가상 세계의 합성 데이터로 훈련된 AI가 현장에 투입되고, 여기서 수집된 실제 데이터가 다시 가상 모델로 환류(Feedback)되며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구조다. 로봇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더 똑똑해지는 자가 학습형 공장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미래 제조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로봇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교한 피지컬 AI 모델을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ABB와 엔비디아의 동맹은 전 세계 공장이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지능을 공유하는 ‘글로벌 지능형 제조 네트워크’의 신호탄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단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와 AI가 하드웨어를 완벽히 통제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