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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 기업들의 'GPU 딜레마'…암시장 H200이냐, 느린 국산 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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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AI 기업들의 'GPU 딜레마'…암시장 H200이냐, 느린 국산 칩이냐

美 정부 승인에도 中 세관서 H200 통관 지연…'반도체 자급자족' 압박 카드 의혹
암시장서 H200 서버 50% 프리미엄 33만불…바이트댄스 등 빅테크 주문 취소 속출
엔비디아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 수급을 두고 중국 기술 기업들이 거대한 딜레마에 빠졌다.

2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전격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반도체 자급자족을 우선시하며 통관을 지연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암시장에서 막대한 프리미엄을 주고 칩을 구할지, 아니면 성능이 떨어지는 화웨이 등 국산 칩으로 갈아탈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美는 풀었는데 中이 막았다"…기이한 통관 지연 사태


현재 중국 세관 당국은 선전 등 주요 물류 거점에서 엔비디아 H200 칩의 수입 신고 수리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분석가들은 중국 정부가 H200 수입을 공식 금지하기보다는, 자국 기업들에게 화웨이 어센드(Ascend) 910C와 같은 국산 칩 사용을 강요하기 위한 '지연 전술'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입 승인이 불투명해지자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발주한 수백만 대의 H200 주문을 취소하거나 관망세로 돌아섰다.

특히 바이트댄스는 올해 H200 도입에만 1000억 위안(약 140억 달러·약 19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암시장 폭등: H200 서버 한 대에 '33만 달러'


공식적인 수입 통로가 막히자 암시장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현재 중국 암시장에서 H200 GPU 8개가 탑재된 서버 한 대는 약 230만 위안(약 33만 달러·약 4억6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식 정가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이다.

가격을 더 주더라도 물건을 찾기가 어렵다. 중국 세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과거 홍콩 등을 통해 유입되던 밀수 물량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느린 국산 칩'의 역설…화웨이가 대안 될까?


엔비디아 칩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화웨이, 무어 스레드(Moore Threads), 메타X 등 중국 로컬 GPU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화웨이의 최신작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 H100의 60% 수준 성능을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훈련 속도는 느리지만, 대량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통해 격차를 메우려 시도 중이다.

특히 AI 추론(Inference) 분야에서는 바이두나 알리바바의 자체 설계 칩이 딥시크(DeepSeek) 모델 등을 구동할 때 엔비디아의 저성능 버전인 H20보다 높은 효율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4월 방중과의 연계


중국의 H200 통관 지연은 트럼프 4월 방중을 앞둔 미·중 협상의 핵심 의제인 첨단 반도체 규제 완화와 직결되어 있다.

미·중 양국 협상단은 첨단 반도체 규제의 선택적 완화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라는 '빅딜'의 세부 내용을 확정 짓는 예비 회담을 준비 중이다. 중국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 미국의 고성능 AI 칩 수출 규제 완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H200 통관을 지연시키는 것은 단순히 미국의 승인만으로는 부족하며,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전략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AI 산업의 딜레마


엔비디아 H200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대규모 모델 훈련에 최적이지만, 중국 세관 통관 지연 및 암시장 프리미엄으로 수급 상황이 어렵다. CUDA 기반의 압도적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강점이며,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성능 우선 기업들이 선호한다.

화웨이 어센드 910C는 H200의 약 50~60% 수준 성능(추정)이지만, 베이징의 적극적 권고로 공급이 확대 중이다. 자체 아키텍처로 적응 및 최적화 시간이 소요되며, 화웨이, 스타트업 등 자급자족 및 안보 우선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이번 달 직접 중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 통관 문제 해결을 위한 담판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장기적으로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 내 AI 반도체 지형도가 점차 국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6년, 반도체 자급자족의 분기점


2026년은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본격화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서 중국은 집적회로(반도체)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되, 소프트웨어와 정밀 계측기 분야의 격차 해소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당국의 H200 통관 지연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AI 기업들에게 고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화웨이 등 국산 칩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4월 방중에서 반도체 규제 완화가 논의되겠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