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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OLED 독주에 균열… 소니–TCL 동맹이 던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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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OLED 독주에 균열… 소니–TCL 동맹이 던진 도전

합작법인 '소니-TCL 홈 엔터테인먼트' 2027년 출범…지분 51%로 TCL이 주도
삼성·LG 패널 대신 中 CSOT 잉크젯 OLED 채택 가능성…'탈한국화' 가속
삼성 디스플레이 전시장. 사진=삼성이미지 확대보기
삼성 디스플레이 전시장. 사진=삼성
한때 TV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 소니(Sony)가 중국 TCL과 손을 잡고 TV 사업의 구조적 재편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Digitimes Asia)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제휴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해온 프리미엄 TV 및 OLED 패널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도전장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규모와 브랜드의 결합: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


지난 20일 양사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신설 합작법인은 TCL이 51%, 소니가 49%의 지분을 보유하며 2027년 4월 상업 운영을 목표로 한다.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TV 출하량은 약 3500만~3600만 대 수준이다. TCL(약 3100만 대)과 소니(약 400만 대)의 물량을 합치면 약 3500만 대에 달해 삼성의 세계 1위 자리를 위협하게 된다.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TCL은 소니의 '브라비아(Bravia)'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 즉시 안착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했다. 반면 소니는 TCL의 거대한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자산 경량화(Asset Light)' 전략을 취했다.

잉크젯 OLED의 공습: 삼성·LG 공급망 이탈 신호


가장 큰 변수는 소니의 패널 조달처 변경 가능성이다. 2017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온 소니가 TCL의 자회사인 CSOT(TCL 차이나스타)로 눈을 돌리고 있다.

TCL CSOT는 현재 광저우에 8.5세대 잉크젯 프린팅 OLED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2026~2027년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증착 방식보다 생산 원가가 낮아 가격 경쟁력에서 삼성을 압도할 수 있다.

소니-TCL 합작 법인이 출범하는 2027년, 소니의 프리미엄 모델에 CSOT의 OLED 패널이 탑재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최대 우군이자 명망 있는 고객사를 잃게 된다.
삼성은 그동안 'QD-OLED'와 프리미엄 브랜딩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했으나, 이제는 강력한 제조 수직 계열화를 이룬 중국의 '가성비 프리미엄'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탈한국화(De-Koreanization)'의 서막인가


분석가들은 이번 거래를 글로벌 TV 공급망의 주도권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탈한국화' 과정의 중요한 지점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을 대체했듯이, 이제는 중국 기업들이 국가적 자본 투자와 기술 야망을 결합해 한국을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니-TCL 동맹은 규모, 기술, 브랜드가 결합했을 때 한국 가전 챔피언들의 지배력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반격: BOE 품질 난항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경쟁사들의 품질 문제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애플의 주요 디스플레이 공급처 중 하나인 중국 BOE가 아이폰용 OLED 패널 생산에서 심각한 품질 문제에 직면하며, 수백만 건의 주문 물량이 삼성디스플레이로 넘어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BOE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특정 제조 공정의 결함을 해결하지 못해 일부 모델의 생산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품질 결함은 아이폰 15, 16, 17 시리즈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의 품질 난항으로 애플로부터 수백만 건의 긴급 추가 주문을 받으며 공급망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특허 전쟁은 일단락되었지만,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삼성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음이 이번 주문 이전 사태로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향후 전망


TCL 51%, 소니 49% 지배 구조(중국 주도)로 삼성은 초격차 기술을 통한 차별화를 유지해야 한다. 연간 약 3500만 대 판매 규모(삼성과 대등)로 삼성은 프리미엄 브랜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CSOT 8.5세대 잉크젯 OLED 핵심 기술로 삼성은 원가 경쟁력 확보 및 고객사 다변화가 필요하다. 소니 브랜드 + 중국식 원가 절감 시장 전략에 삼성은 탈중국 공급망(Friend-shoring)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삼성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떨어진 숙제는 즉각적인 점유율 하락 방어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소니가 중국의 인프라를 선택한 것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도 이제 '기술력'만으로는 승부를 보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2027년, TV 시장의 분수령


2027년은 글로벌 TV 시장의 판도가 재편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소니-TCL 합작법인 출범, CSOT 8.5세대 잉크젯 OLED 대량 생산 시작, 삼성의 대응 전략 등이 맞물리면서 TV 시장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BOE의 품질 난항으로 아이폰 OLED 패널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얻고 있지만, TV용 OLED 패널 시장에서는 소니-TCL-CSOT 동맹의 도전에 직면했다. 기술적 완성도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삼성디스플레이의 과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