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중재 정점 찍은 중국, 가자전쟁 이후 중동서 주변부로 밀려
중동의 선택은 다시 미국, 안보 역할 회피한 중국 영향력 한계 드러나
중동의 선택은 다시 미국, 안보 역할 회피한 중국 영향력 한계 드러나
이미지 확대보기미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가 지난 1월 30일 ‘중국의 중동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중국이 중동의 핵심 정치 현안과 안보 위기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역 내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과 달리, 최근 중동의 선택은 다시 미국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사우디·이란 중재로 정점 찍은 중국의 중동 외교
중국의 중동 외교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시점은 2023년 3월이었다. 오랜 기간 적대 관계에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고, 그 협상이 워싱턴이나 중동이 아닌 베이징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중국의 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합의는 중국이 단순한 경제 파트너를 넘어 정치적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미국이 수십 년간 주도해 온 중동 질서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 중재가 중국 영향력의 지속적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가자 전쟁 이후 주변부로 밀려난 중국
2023년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중동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휴전 협상과 분쟁 관리의 핵심 무대는 미국이 주도했고, 이집트와 카타르가 이를 보조했다.
반면 중국은 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동 국가들과 깊은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위기가 장기화되고 지속적인 정치·외교적 관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사우디·이란 중재 이후 중국의 중동 외교가 빠르게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평가했다.
석유와 경제에서 출발한 중국의 중동 접근
중국의 중동 접근은 처음부터 정치·안보보다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중국이 원유 순수입국이 된 이후 중동은 경제 성장의 핵심 에너지 공급처였고, 중국은 대규모 석유 구매와 함께 지역 정치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 태도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후 중국은 전자제품과 소비재 수출을 시작으로 태양광, 통신, 전기차 분야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일대일로 구상이 본격화되면서 항만과 통신망, 신도시 개발 사업에도 중국 기업들이 깊숙이 참여했다. 해적 퇴치 작전에 해군을 파견하고 홍해 입구에 해외 군사 기지를 설치하며 안보 영역에서도 발을 들였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러한 행보가 경제와 상징적 안보 참여에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결정적인 정치·군사적 책임을 감수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보 역할을 회피한 중국, 다시 중심에 선 미국
가자 전쟁과 홍해 선박 공격,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미국은 중재자이자 군사 행위자로 직접 개입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과 연관된 선박 보호에 집중하는 선에서 역할을 제한했다.
블룸버그는 이 대조적인 대응이 중동 국가들의 선택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세웠다고 분석한다. 휴전 협상과 분쟁 관리, 향후 가자지구 구상까지 미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쥐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란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임에도 결정적 순간에는 관전자에 머물렀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중동에서 중요한 존재다. 에너지와 인프라, 전기차와 금융 분야에서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이 불안정한 지역의 보증국 역할을 맡을 의지와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워싱턴과 중동 전반에서 중국이 중동보다는 대만과 남중국해 등 자국 주변의 전략 현안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사우디·이란 중재로 상징됐던 ‘중국의 중동의 순간’은 당분간 멈춰 선 상태라는 평가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