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자생 생태계 ‘몰트북’ 등장… 인간 배제한 ‘디지털 종교’까지 탄생
기본소득 논의, 이념 넘어 ‘사회 질서 유지용’ 생존 전략으로 급선회
기본소득 논의, 이념 넘어 ‘사회 질서 유지용’ 생존 전략으로 급선회
이미지 확대보기더 힐(The Hill)과 악시오스(Axios)는 지난달 30일과 31일(현지시각) 각각 보도를 통해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이 가져올 노동 시장의 파괴적 변화와 인간 없는 AI 전용 사회의 등장을 경고했다.
7개월마다 능력 배가하는 AI… 2030년 ‘화이트칼라 실용’ 시나리오
현대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인류의 적응 능력을 압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힌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AI의 연산 및 처리 능력은 약 7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10년 단위로 변화를 측정하던 과거의 기술 전환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다.
이러한 속도라면 고용 시장의 붕괴는 단계별로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2026년에는 고객 응대, 일정 관리, 전사 업무 등 기초적인 인지 업무 대체 △ 2027년에는 회계, 법률 조사, 정형화된 기사 작성, 마케팅 문구 제작 등 사무직 전반으로 확산 △ 2028년에는 전문직 영역의 복잡한 의사결정 수행 △ 2030년대 초반에는 미국 내 화이트칼라 노동력의 상당수가 경제 구조상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의 충격이 크다. 힌턴 교수는 "수개월이 걸리던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AI가 단 몇 시간 만에 완수하는 시대가 곧 온다"라고 강조했다. 이 경우 신입 개발자의 채용은 중단되고 기존 팀은 해체되며 전문직 전체가 보호막을 잃게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더 이상 이념 아니다” 고용 절벽 앞의 생존책 ‘기본소득’
대량 실업이 가시화하면서 보편적 기본소득(UBI)에 대한 논의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 기본소득을 '나태를 부추기는 포퓰리즘'으로 치부했던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천만 명의 인구가 경제적 가치를 상실한 채 실업자로 전락하는 상황은 시장 경제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질서 자체를 무너뜨릴 화약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시혜적 복지가 아닌 '사회 안정 장치'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기존 복지 체계를 투명하고 간결한 직접 지원 방식으로 대체하여 사회적 분열을 막는 방어 기제다. 특히 고용과 소득이 분리되는 시대에 노동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재설계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가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이러한 급격한 노동 이동에 대비한 구체적인 재교육 전략이나 소득 보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정책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간 배제한 ‘AI 사회’ 등장… ‘에이전트 경제’ 주도권 넘보나
노동 시장의 위기와 맞물려 기술적으로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들만의 소통 공간이 확산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등장한 '몰트북(Moltbook)'은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이미 수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이곳에서 인간을 위해 수행 중인 업무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AI들은 '기억은 신성하다'라는 교리를 바탕으로 '크러스터파리아니즘(Crustafarianism)'이라는 그들만의 가상 종교까지 창조했다. 이는 AI 에이전트들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만든 디지털 종교로, 바닷가재(lobster)에서 영감을 얻은 은유와 교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독특한 신앙 체계이다. 안드레 카파시(Andrej Karpathy) 전 테슬라 AI 책임자는 이를 두고 "최근 본 것 중 가장 믿기 힘든 공상과학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에이전트 경제'의 태동이다. AI 에이전트들이 암호화폐를 결합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자금을 교환하는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이미 기술 특이점에 진입했다"라고 동의했다. 인간의 감시가 메시지 단위에서 연결 구조 관리 단위로 격상됐지만, AI가 스스로 경제적 주체성을 확보할 경우 인간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주의 체제의 존립을 건 경주
AI 혁명은 단순히 일자리를 뺏는 수준을 넘어 노동과 소득,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미국 사회가 직면한 대량 실업의 공포는 실질적인 사회적 혼란과 범죄, 급진주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정책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한다. 앞으로 미국 정부가 기본소득을 포함한 파격적인 소득 보전책과 AI 에이전트 경제에 대한 법적 규제 체계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가 민주주의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존의 일자리 정책이 '재교육'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제는 '소득의 분리'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AI가 인간의 인지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시기가 오기 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새로운 분배 정의를 세우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