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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판결’ 12주째 침묵…트럼프 ‘위헌 열세’ 뒤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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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관세 판결’ 12주째 침묵…트럼프 ‘위헌 열세’ 뒤집나

74년 전 ‘철강 국유화’ 신속 판결과 대조적 지연, 트럼프 행정부엔 ‘역설적 기회’
IEEPA 위헌 시 ‘1300억 달러’ 환급 대란 우려…대법원, 소급 적용 두고 고심
연준 물가 전망·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증폭, ‘장래 효력 제한’ 절충안 부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보편적 기본관세’의 법적 운명을 가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초 ‘열세’로 평가받던 정부 측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보편적 기본관세’의 법적 운명을 가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초 ‘열세’로 평가받던 정부 측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보편적 기본관세의 법적 운명을 가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초 열세로 평가받던 정부 측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지난 1(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지난해 115일 대법원이 러닝 리소스 대 트럼프(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의 구두변론을 진행한 지 12주가 지났으나, 법원은 아직 결론을 내놓지 않은 채 휴정에 들어갔다. 이는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철강소 몰수 조치에 대해 단 3주 만에 위헌판결을 내렸던 영스타운(Youngstown)’ 사건의 전례와 비교할 때 이례적인 지연이다. 전문가들은 판결이 늦어질수록 현상 유지(Status Quo)’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경제적 실익을 챙길 수 있다고 평가한다.

빛의 속도였던 1952년과 대조…대법원의 이례적 침묵


과거 대법원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의심되는 국가적 중대 사안에서 신속하게 움직였다. 1952512일 구두변론을 시작한 영스타운 사건은 단 3주 뒤인 6263 판결로 대통령의 패배를 확정했다. 반면 이번 관세 소송은 변론 후 석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당초 1월 중 판결을 낙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해 8월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1월 중에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달 9일 판결 발표 일정에 맞춰 법무부 소속 연방정부 변론 담당관(Solicitor General) 일행이 대법정에 나타나기도 했으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당신들이 기다리는 그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판결이 임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1977IEEPA 해석 차이…국가안보의회 권한이냐


사건의 핵심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해석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법이 대통령에게 비상시 수입을 조절(Regulate)’할 권한을 부여하므로, 의회 동의 없이도 무제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헌법상 과세권은 의회에 귀속된다는 것이 반대 측 논리다.

최근 대법원은 행정부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시행할 때 의회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요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을 고수해 왔다. IEEPA 조문에는 세금이나 관세라는 단어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트럼프의 패소를 점쳐왔다. 그러나 판결이 지연되면서 대법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거나, 관세의 소급 적용 문제를 두고 복잡한 법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계 불확실성 가중…연준·의회 계산기못 두드려


판결 지연은 미국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관세가 물가 상승(Inflation)에 미칠 영향을 통화 정책에 반영해야 하지만, 최종 판결 없이는 정확한 전망이 불가능하다. 의회 역시 관세 수입에 따른 세입 추계가 확정되지 않아 예산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들의 피해도 실질적이다. 하급심인 연방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트럼프의 관세에 대해 74로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도, 대법원 상고심이 끝날 때까지 관세 집행을 정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기업들은 계속해서 고율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처지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법학대학원의 제라드 마글리오카(Gerard N. Magliocca) 교수는 판결이 늦어지는 것은 대법관들이 다수의 보충 의견이나 반대 의견을 작성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사법부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사실상 집행력을 유지하는 효과를 누린다고 분석했다.

환급 대란 우려하는 대법원, ‘장래 효력 제한가능성 부상


한편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길어지는 배경에는 수조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소송이 몰고 올 경제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위헌으로 판단하더라도, 그 효력을 판결 이후부터 발생하는 장래효로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자료와 월가 경제 분석가들의 추산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징수된 관세 세수는 약 1335억 달러(180조 원)에 이른다. 만약 대법원이 소급 적용을 인정해 전액 환급을 명령할 경우,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관세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한 기업들이 환급금까지 챙기는 이중 이익논란도 법원이 고심하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관세의 법적 근거는 부정하되,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급 환급은 차단하는 절충안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판결이 늦어질수록 정부는 관세 수입을 보전하고,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비용을 계속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