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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톤 핵폐기물의 반전…트럼프 미국, 90% 에너지 잠재력 깨워 ‘원자력 부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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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 톤 핵폐기물의 반전…트럼프 미국, 90% 에너지 잠재력 깨워 ‘원자력 부활’ 선언

“AI·데이터센터 굶주림 채워라” 24시간 멈추지 않는 기저전원…사용후핵연료 재활용 본격화
중국 석탄 증설에 맞선 최후의 보루…에너지부 정책 선회 속 첨단 재처리·SMR 대공세
2017년 5월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핀 카운티에 있는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의 정문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5월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핀 카운티에 있는 스리마일 섬 원자력 발전소의 정문의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이 그동안 골칫덩이로 여겨왔던 사용후핵연료와 잉여 플루토늄을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재정의하며 본격적인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탄소 중립 달성과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수십 년간 고수해온 원자력 정책의 궤도를 전면 수정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넘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인 더힐은 지난 2월 13일 게재한 '미국의 원자력 귀환, 마침내 막이 올랐다'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통해 현재 미국 전역에 저장된 약 9만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가진 파격적인 가치에 주목했다. 이들 연료는 여전히 90% 이상의 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적절한 재처리 과정을 거칠 경우 수백 년 동안 미국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거대한 자산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와 데이터센터가 불러온 전력 부족 위기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성장과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미국에 전례 없는 전력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른 변동성 때문에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의 기저전원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이 다시금 핵심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연료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 공세에 맞선 에너지 전략자산화


미국의 원자력 정책 선회 뒤에는 중국의 가파른 에너지 팽창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이 대규모 석탄 화력 발전소를 증설하며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첨단 원자력 기술을 전략자산으로 육성해 이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잉여 플루토늄과 사용후핵연료를 차세대 원자로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은 자원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러시아나 중국 등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강력한 안보 수단이 된다.

첨단 재처리 기술과 차세대 원자로의 결합


미 에너지부는 과거의 환경 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확산 저항성이 높은 첨단 재처리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에너지 성분을 추출해 소형모듈원자로(SMR)나 고속증식로 등 차세대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방사성 폐기물의 양과 독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혁신과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한 과제


원자력 르네상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구시대적인 규제의 틀을 깨고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미국 정부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핵연료 재활용 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원자력이 기후 위기 극복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견인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지원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