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칼럼니스트 실험, 챗GPT 5.2 모델 단 5초 만에 ‘리스크 최적화’ 배분안 산출
미국주식 ‘밸류에이션 드래그’ 경고… 7년 내 100만 파운드 달성 위한 ‘입체적 공략’
미국주식 ‘밸류에이션 드래그’ 경고… 7년 내 100만 파운드 달성 위한 ‘입체적 공략’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도화된 자산 배분 영역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베테랑 칼럼니스트 스튜어트 커크는 챗GPT의 최신 모델인 '5.2' 버전을 통해 64만 파운드(약 12억 4900만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AI는 53세 투자자의 은퇴 시점(60세) 목표액인 100만 파운드(약 19억 5300만 원) 달성을 위해 연 6.5%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 정교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가치 평가(Valuation)와 리스크 관리 기법을 스스로 조정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데이터로 본 챗GPT-5.2 모델의 '은퇴 자금' 배분 전략
인공지능(AI)은 7년이라는 투자 시계와 '리스크 대비 수익률(Sharpe Ratio)'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자산을 다양하게 분산 배분했다.
주식군(45%)은 전체 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선진국 시장(30%), 신흥국 시장(10%), 영국 주식(5%)으로 분산 배치해 연 7~9%의 수익을 정조준한다.
고정수익 채권(20%)은 영국 국채와 통화 헤지를 적용한 글로벌 종합 채권에 투자해 연 3~5%의 수익을 기대함과 동시에 하락장에서의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맡긴다.
대체 및 실물 자산(15%)은 인프라(7%), 상장 부동산 신탁(5%), 금·원자재(3%)를 조합해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응한다.
사모 시장(10%)은 상장 사모펀드 신탁 등을 활용해 연 9~12%에 달하는 고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절대 수익(10%)은 다양한 자산을 섞어 운용하는 멀티에셋 전략으로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 급락 시에도 견딜 수 있는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다.
"밸류에이션은 예술이자 과학"… 고점 종목엔 '감점' 주는 냉철함
이번 실험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AI가 수익률을 산출하는 방식이었다. 칼럼니스트 커크의 추궁에 챗GPT는 "단순 통계가 아닌 '소득 수익률+실질 성장률+인플레이션'이라는 기대 수익률 프레임워크를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AI는 현재 사상 최고치 수준인 미국 주식에 대해 '밸류에이션 드래그(Valuation Drag, 고평가에 따른 하락 압력)'를 적용해 수익률 기대를 낮췄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영국 주식과 신흥국 시장에는 가산점을 주는 유연함을 보였다. 자산관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AI가 투자의 본질인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원칙을 데이터 기반의 논리로 구현해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수료만 챙기던 금융권 '비상'… 한국 투자자 향한 시사점
이러한 변화는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도 충분히 관심을 끌 사안이다. 국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AI가 연 20파운드(약 3만 9000원)의 비용으로 최고급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고액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대면 영업 방식은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특히 두 가지 통찰력을 제공한다. 첫째, '서학개미'로 대변되는 미국 편중 투자의 리스크 관리다. AI가 지적했듯 고평가된 시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신흥국·대체 자산으로의 분산이 필수적이다. 둘째, 인프라와 리츠를 활용한 '현금 흐름'의 중요성이다. 은퇴를 앞둔 50대라면 단순한 시세 차익보다 리스크가 조정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AI의 조언은 국내 고령화 사회의 투자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이제 AI는 투자의 기술적 영역까지 평정하고 있다. 앞으로 인간 전문가에게 남은 노릇은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맥락을 읽고 투자자의 심리적 불안을 통제하는 '감성적 파트너십'뿐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