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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전기요금 올렸다"…美 민주당 대선주자들, 빅테크 등에 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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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내 전기요금 올렸다"…美 민주당 대선주자들, 빅테크 등에 칼 겨눴다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 경쟁이 '비용 전가 금지' 규제로 급선회…전기요금 5년 새 32% 폭등이 도화선
2028 대선 핵심 쟁점 부상…공화당도 흔들리는 'AI 정치 역풍' 본격화
2년 전까지만 해도 AI 유치 경쟁에 앞다퉈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들었던 민주당 유력 주지사들이 이제는 빅테크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2년 전까지만 해도 "AI 유치 경쟁"에 앞다퉈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들었던 민주당 유력 주지사들이 이제는 "빅테크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도대체 왜 내 전기요금이 해마다 이렇게 뛰는 걸까?" 미국 중산층 가정의 이 물음이 2028년 대통령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AI 유치 경쟁"에 앞다퉈 세금 감면 카드를 꺼내들었던 민주당 유력 주지사들이 이제는 "빅테크가 비용을 부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계 전기요금 폭등이 유권자의 분노로 직결되면서 정치 방정식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AI 규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악시오스가 지난 22(현지시각) 보도한 민주당의 AI 정책 노선 변화를 현지 복수 매체 보도와 정책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다.

"환영합니다"에서 "먼저 비용 내세요"로…주지사들의 급선회


일리노이주 J.B. 프리츠커(JB Pritzker) 주지사의 변신이 가장 극적이다. 그는 2019년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 법안에 서명해 시카고를 미국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지 가운데 한 곳으로 키웠다. 데이터센터 244곳이 이 지역에 들어섰고, 그만큼 전기요금도 치솟았다. 일리노이주 전기요금은 최근 5년 새 15.8% 올라 전국 평균 인상률(5.1%) 세 배를 넘겼다. 이달 연두교서에서 프리츠커 주지사는 그 혜택을 2년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일시 중단 조치)을 전격 제안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조시 샤피로(Josh Shapiro) 주지사도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아마존의 200억 달러(288700억 원) 투자를 자랑스럽게 발표하며 "우리 주는 AI에 전력을 다한다"고 선언했던 그가, 이달 예산 연설에서는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에 실질적인 우려를 품고 있으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추가 감독 규정 도입을 예고했다. 최근 취재진이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고 묻자, 샤피로 주지사는 "원래부터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지켜야 한다고 봤던 기준을 이번에 공식 정책으로 못 박은 것이지, AI를 환영한다는 기본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말로만 하던 요구를 이제 문서로 명시한 것'이라는 뜻이다.

메릴랜드주 웨스 무어(Wes Moore) 주지사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았다. 2024년 데이터센터 건립 장벽을 낮추는 법안에 서명하고 영향 조사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그가, 이달 연두교서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주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새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세 주지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올해 재선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켄터키주 앤디 베셔(Andy Beshear) 주지사의 '3원칙'이 공통 해법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그는 악시오스에 데이터센터 유치 조건으로 "전력 비용 100% 자체 부담", "세금의 정당한 납부", "지역사회 수용"을 제시했다. 베셔 주지사는 2021년 유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지난해 구글(Google)과 메타(Meta)의 로비가 거세지자 관련 법안에 서명하지 않은 채 발효되도록 했다.

전기요금 폭탄의 숫자들…누가 청구서를 냈나


민주당의 방향 전환에는 냉혹한 통계들이 작용한다. 데이터센터 193곳이 밀집한 오하이오주의 전기요금은 5년 새 12% 뛰었고, 미국 전체 평균은 같은 기간 32% 올랐다. 전력망 가격 급등은 더 충격적이다. 펜실베이니아·뉴저지·버지니아 등 13개 주와 워싱턴 D.C.에 전력을 공급하는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의 2027~2028년도 전력 용량 경매 낙찰 가격은 메가와트일(MW-day) 333.44달러로, 불과 1년 전(29.92달러) 대비 1000% 이상 폭등한 역대 최고가다. 이 비용 증가분 93억 달러(134200억 원)는 결국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전가된다.
PJM 부사장 스튜 브레슬러(Stu Bresler)"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신규 공급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정부와 데이터센터 업계가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네기멜론대 연구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탓에 미국 평균 전기요금이 8% 추가 상승할 수 있으며, 버지니아주 일부 지역에서는 25%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이 분노는 이미 선거 결과를 바꿨다. 지난해 11월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빅테크가 전기 비용을 정당하게 부담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애비게일 스팬버거(Abigail Spanberger) 민주당 당선인은 공화당 후보를 14%포인트 차로 눌렀다. 뉴저지에서도 전기요금 동결을 내건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직을 거머쥐었다. CNBC"이번 선거 결과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AI 쓰나미가 온다"2028 대선판 달굴 7원칙과 '새 사회 계약'


이 흐름이 민주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역사회 반대편에 서며 "가짜 영상이나 가짜 노래 따위가 우리를 유토피아로 이끌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고 쐐기를 박았다. 유타주 스펜서 콕스(Spencer Cox) 주지사는 연방정부가 주 정부의 AI 규제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터무니가 없다"고 직격했다.

2028 대선을 겨냥한 민주당 잠재 후보들도 구체적인 청사진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전 교통부 장관은 최근 뉴햄프셔 유세에서 AI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로 카나(Ro Khanna) 캘리포니아 연방하원의원은 이달 20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과 함께 스탠퍼드대 타운홀("AI의 미래를 누가 지배하나: 과두세력인가, 국민인가")에 나란히 서서 AI 부의 과두 독점 방지를 위한 7대 원칙을 제시했다. 그 핵심은 △데이터센터 에너지 비용의 기업 자체 부담(싱가포르·핀란드 모델 도입) △대규모 일자리 이탈에 맞선 노동자 보호 의무화 △AI의 노동자 대체가 아닌 보완 규제 △데이터 개인정보 강화 △AI 챗봇 정신건강 규제 △딥페이크(합성 조작물) 처벌 강화 △AI 혁신 이익의 사회 환원 등이다. 카나 의원은 "미국이 실리콘밸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지가 아니라, 실리콘밸리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보다 강경하게 "AI 쓰나미에 의회와 국민 모두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있다"며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해리스(Harris) 선거캠프 부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롭 플래허티(Rob Flaherty)는 악시오스에 "사람들이 AI에 느끼는 불안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데이터센터는 그 불안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현장 가운데 하나이고, 민주당이 선제 대응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2025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4%"AI가 앞으로 20년 안에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불안이 전기요금 고지서와 결합하면서, 데이터센터 문제는 2026년 중간선거를 거쳐 2028년 대선까지 미국 정치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 지배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