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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인 인디아’와 엠브라에르의 결단… 인도 항공 시장 재편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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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 인 인디아’와 엠브라에르의 결단… 인도 항공 시장 재편의 신호탄

'하늘길의 거인' 아다니, 엠브라에르와 손잡고 '인도판 항공 굴기' 정조준
'E175' 현지 생산라인(FAL) 구축 협약… 향후 20년 500대 중소형기 시장 선점 전략
브라질의 기술력과 인도의 자본·공항 인프라 결합, 글로벌 공급망의 ‘남남(南南) 동맹’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인도의 거대 재벌 아다니 그룹(Adani Group)과 손잡고 인도 본토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인도의 거대 재벌 아다니 그룹(Adani Group)과 손잡고 인도 본토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항공기 시장의 강자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가 인도의 거대 재벌 아다니 그룹(Adani Group)과 손잡고 인도 본토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

이는 급증하는 인도의 지역 항공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허브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브라질 항공 전문 매체 에어로인(AEROIN) 보도에 따르면, 엠브라에르와 아다니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는 인도 내 ‘E175’ 기종의 최종 조립 라인(FAL) 설립을 골자로 한 확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피유시 고얄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 등 양국 핵심 인사가 임석한 가운데 진행되어 단순한 기업 간 계약 이상의 국가적 전략 동맹임을 시사했다.

인도 항공 시장, 향후 20년 '중소형기 500대' 시대 열린다


인도 항공 시장은 현재 대형기 중심의 허브 공항 운항을 넘어 소도시를 잇는 지점 간(Point-to-Point) 연결성 확대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구체적인 수치와 정책 배경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업계의 심층 분석에 따르면, 인도는 오는 2045년까지 80석에서 146석 규모의 중소형 항공기가 최소 500대 이상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약의 주인공인 엠브라에르 E175 모델은 최대 88석 규모로 제작되어 이러한 지역 노선 확장에 가장 적합한 기종으로 꼽힌다.

특히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소도시 항공망 확충 사업인 '우단(UDAN)' 프로젝트가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 내 최대 민간 인프라를 보유한 아다니 그룹의 공항 운영권과 유지·보수·정비(MRO) 시설이 결합하며 기체 도입부터 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항공 생태계가 조성될 전망이다.

생산 기지 현지화로 ‘메이크 인 인디아’ 화답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히 완제품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 본토에 생산 기지를 세워 부품 공급망과 유지·보수, 조종사 훈련 시스템까지 이식한다는 데 있다.

프란시스코 고메스 네토 엠브라에르 최고경영자(CEO)는 “E175는 지역 노선에서 독보적인 효율성을 입증한 모델”이라며 “인도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응할 최적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항공 시장으로, 중산층 확대에 따라 지역 간 이동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기가 이착륙하기 어려운 소규모 공항이 많아 중형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지트 아다니 아다니 디펜스 앤 에어로스페이스 이사는 이번 협력을 “인도 경제 성장의 핵심축인 지역 항공 산업을 강화하는 계기”로 정의하며 브라질과 인도의 상호 보완적인 역량 결합을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남남협력'의 경제학


이번 엠브라에르의 인도행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확대를 넘어선 고도의 지정학적 선택이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서방 기술이 집약된 항공 산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인도라는 거대 배후 시장을 직접 공략함으로써 중국을 대체할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둘째, 아다니 그룹의 수직 계열화 야망이다. 아다니 그룹은 현재 인도 내 주요 공항 7곳의 운영권을 쥐고 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항에 직접 생산한 항공기를 띄우고 정비까지 해결하는 ‘항공 플랫폼’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의도다.

셋째, 신흥국 간의 기술 동맹(South-South Cooperation)이다. 브라질의 정교한 항공 제조 기술과 인도의 막대한 자본이 결합한 이번 사례는, 선진국에 의존하던 항공 산업 지형을 신흥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공급망 안보와 현지화의 결합… 아·태 항공 허브 도약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엠브라에르와 아다니는 조만간 구체적인 공장 부지 선정과 현지 협력사 확보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인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소형 항공기 공급 허브로 부상하며 보잉과 에어버스가 주도해온 시장 독점 체제에 강력한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엠브라에르의 결단은 ‘시장이 있는 곳에 공장을 짓는다’는 제조업의 본질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찾는다’는 경제 안보 논리가 결합한 필연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