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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보유국 오르는 인도네시아…'아세안 맹주' 야심인가, '돈 먹는 하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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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모 보유국 오르는 인도네시아…'아세안 맹주' 야심인가, '돈 먹는 하마'인가

이탈리아 퇴역 경항모 '가리발디' 무상 양도…태국 이어 동남아 두 번째 항모 운용국 반열
수직이착륙 전투기 부재로 작전 한계 뚜렷, 연간 1천억 원 육박하는 유지비는 재정 압박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속 주변국 해군력 증강 자극…정규 항모 도입 위한 '징검다리' 시각도
인도네시아 해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이탈리아 해군의 퇴역 경항공모함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의 생전 항해 모습. 인도네시아의 항모 획득은 재난 구호라는 표면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맞물려 동남아시아 역내 해군력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민감한 지정학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해군이 도입을 추진 중인 이탈리아 해군의 퇴역 경항공모함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의 생전 항해 모습. 인도네시아의 항모 획득은 재난 구호라는 표면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맞물려 동남아시아 역내 해군력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민감한 지정학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국방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강력한 국방 현대화 기조를 앞세운 인도네시아가 이탈리아 해군에서 퇴역한 경항공모함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도입을 공식화하며 동남아시아 해군력 지형에 거대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결정으로 태국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 아시아 전체로는 중국, 인도, 일본, 태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가리발디함은 오는 10월 5일 인도네시아 국군의 날 이전에 자카르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무상으로 양도받을 예정인 가리발디함은 1985년 이탈리아 해군에 취역해 소말리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 숱한 실전에 투입되었던 만재 배수량 1만4000톤급 함정이다. 인도네시아는 노후 함정의 수리와 개장(Retrofit), 탑재 헬기 등 부수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약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 규모의 해외 차관을 동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는 '고정익 함재기'가 없다는 뼈아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가리발디함은 스키점프대를 갖추고 있어 AV-8B 해리어(Harrier)나 F-35B 같은 수직/단거리 이착륙(V/STOL) 전투기 운용에 특화되어 있다. 캐터펄트(사출기)나 강제 착함 장치가 없어 일반 전투기는 이착륙이 불가능한데, 현재 인도네시아 공군은 수직이착륙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전투기 없이 헬기나 감시용 드론만 탑재할 경우 항모의 본질적인 공격 및 함대 방공 능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2의 짜끄리 나르벳' 전락 우려…감당하기 벅찬 청구서

막대한 유지·운영비도 큰 숙제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리발디함의 연간 운영비가 5000만 달러에서 8000만 달러(약 722억~115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자칫하면 1997년 동남아 최초로 항모를 도입했던 태국 해군의 '짜끄리 나르벳(Chakri Naruebet)'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짜끄리 나르벳은 막대한 유류비와 함재기 유지 문제로 인해 현재는 항구에 사실상 방치되며 '세상에서 가장 큰 왕실 요트'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항공모함 도입은 복잡하게 얽힌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역학 관계에 새로운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비록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국은 아니지만,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9단선'과 자국의 나투나 제도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문제로 인해 양국 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항모를 앞세워 해양 통제력 강화를 시도할 경우, 중국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하는 것은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인접국들의 연쇄적인 해군력 증강을 부추겨 역내 군비 경쟁을 가속할 우려가 제기된다.

동남아시아 지역 안보에 미치는 파장: '방어'인가 '도발'인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재난 구호' 명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부다비 랍단 안보 국방 연구소의 압둘 라흐만 야콥 연구원은 주변국들이 이 항모를 순수한 인도적 목적의 자산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재난 구호 임무에는 수심이 얕은 연안 해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목적 활용이 용이한 상륙함(LPD)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5척의 상륙함은 항모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1만 해리에 달하는 긴 항속거리와 뛰어난 대규모 수송 능력을 자랑한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 이면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맹주로서 역내 해양 군사적 위상(Power Projection)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반면, 안보 전문가 일각에서는 가리발디함 도입이 인도네시아 해군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당장 실전에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기 비용을 투자해 수백 명에 달하는 비행 갑판 요원과 조종사들의 실전 숙련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항모 전단 운용에 필수적인 복잡한 해상 물류 지원 및 유지 보수 노하우를 미리 습득하는 훌륭한 훈련함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가 더 크고 현대적인 정규 항공모함을 자체 건조하거나 추가 도입에 나설 때 겪게 될 시행착오를 대폭 줄여주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과도한 국방 예산 지출이라는 비판과 해양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낡은 이탈리아 거함이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어떤 전략적 파장을 일으킬지 아시아의 눈과 귀가 자카르타로 쏠리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