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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美 F-15E 3대 오인 사격 충격... 첨단 기술도 못 막은 '블루온블루'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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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美 F-15E 3대 오인 사격 충격... 첨단 기술도 못 막은 '블루온블루' 잔혹사

美 국방 매체 TWZ "반복되는 블루온블루 참극"... 냉전 이후 주요 오인 사격 재조명
1994년 블랙호크 26명 사망 사건부터 2024년 홍해 슈퍼 호넷 격격추까지 '평행이론'
패트리어트 미사일 '눈먼 칼날'에 쓰러진 아군기들... 시스템 자동화와 인적 오류의 결합
미국 국방 전문매체 더 워 존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군이 연루됐던 주목할 만한 아군 오인 사격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방 전문매체 더 워 존이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군이 연루됐던 주목할 만한 아군 오인 사격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전쟁의 역사는 파괴의 기록인 동시에 뼈아픈 실수의 기록이기도 하다. 최근 쿠웨이트 상공에서 미국 공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3대가 아군 오인 사격으로 추락한 사건은 인류가 아무리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고 철저한 훈련을 거듭해도, 전장의 불확실성인 ‘전쟁의 안개(Fog of War)’를 완전히 걷어낼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2일(현지시각) 미 유력 국방 전문매체 더 워 존 (The War Zone)이 "이번 사건은 냉전 종식 이후 미군과 동맹군 사이에서 반복되어 온 ‘블루온블루(Blue-on-Blue, 아군끼리의 교전)’의 참극"이라며 주요 오인 사격 사건을 재조명했다.

1. 1994년 이라크: 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식별의 실패


냉전 이후 가장 참혹한 오인 사격 사례는 1994년 4월 이라크 북부에서 발생했다. 미 공군 F-15 전투기 두 대가 구호 작전 중이던 미 육군 UH-60 블랙호크 헬기 2대를 적군인 이라크의 힌드(Mi-24) 헬기로 오인해 격추한 사건이다. 이 사고로 다국적군 장교와 쿠르드족 대표 등 26명이 전원 사망했다.

당시 조기경보통제기(AWACS)는 헬기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전투기 조종사들과의 정보 공유에 실패했다. 조종사들은 육안 식별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블랙호크에 장착된 외부 연료 탱크를 힌드 헬기의 무장 장착대로 오판했다. 이는 기술적 데이터보다 조종사의 ‘확증 편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2. 2003년 이라크 침공: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눈먼 칼날'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방공 시스템의 자동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그해 3월, 영국의 토네이도(Tornado GR4A) 전투기가 복귀 도중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격추되어 승무원 2명이 전사했다. 시스템이 아군기를 대레이더 미사일로 오인한 결과였다.

불과 열흘 뒤, 미 해군의 F/A-18C 호넷 역시 동일한 비극을 맞았다. 패트리어트 포대는 아군기를 적 미사일로 인식했고, 지휘 센터는 이를 추인했다. 조사 결과, 시스템의 위협 분류 기준과 교전 규칙의 경직성, 그리고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발생한 운용 요원들의 판단 착오가 결합된 ‘시스템적 실패’였음이 드러났다.

3. 2024년 홍해: 드론 전쟁 시대의 새로운 위기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24년 12월 홍해에서 발생했다. 후티 반군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던 미 해군 순양함 게티스버그함이 복귀 중이던 아군 슈퍼 호넷(F/A-18F)을 적의 순항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 다행히 조종사들은 탈출했으나, 이는 수많은 드론과 미사일이 뒤섞인 ‘다중 위협 환경’에서 아군 식별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함정의 신경 센터인 전투정보센터(CIC) 요원들이 겪는 극심한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연구 결과는, 현대전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속도로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4. 기술적 보완과 인적 오류의 간극


미군은 피아식별(IFF) 시스템과 데이터링크를 끊임없이 개량해 왔다. 그러나 동맹군과의 합동 작전에서는 서로 다른 무기 체계와 절차로 인해 이러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1996년 환태평양 합동 훈련(RIMPAC) 당시 일본 자위대 구축함이 미 해군 A-6E 인트루더를 오인 격추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소련제와 서방제 무기가 뒤섞여 운용되는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F-16이 아군 패트리어트에 격추되었다는 주장은, 복잡한 전장 통제가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임을 방증한다.

5. 반복되는 비극, 대안은 무엇인가


쿠웨이트 F-15E 추락 사건은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되었지만, 우리에게 무거운 과제를 던진다. 적을 파괴하는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그 칼날이 아군을 향하지 않도록 식별하는 기술과 절차 또한 그에 걸맞게 진화해야 한다.

현대전의 승패는 무기의 위력뿐만 아니라, 극도의 혼란 속에서 ‘누가 아군인가’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가려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사고의 철저한 원인 규명이 향후 또 다른 ‘블루온블루’를 막는 귀중한 자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