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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수리비 40만 달러"… 美 항모 덮친 식량난, K-방산이 노릴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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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수리비 40만 달러"… 美 항모 덮친 식량난, K-방산이 노릴 틈

페르시아만 미 항모 전단, 식량·위생 시설 붕괴로 '전투력 공백'
단순 보급 문제 넘어선 '물류 체계'의 경고… K-방산, 'K-군수'로 도약할 기회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해상 봉쇄 임무를 수행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상륙강습함 USS 트리폴리가 적의 공격이 아닌 '내부 물류 붕괴'로 전력 위기를 맞았다. 4개월간 항구 방문이 끊기며 발생한 식량 부족과 최신함의 고질적인 설계 결함이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사진=X이미지 확대보기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해상 봉쇄 임무를 수행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상륙강습함 USS 트리폴리가 적의 공격이 아닌 '내부 물류 붕괴'로 전력 위기를 맞았다. 4개월간 항구 방문이 끊기며 발생한 식량 부족과 최신함의 고질적인 설계 결함이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사진=X
페르시아만에서 이란 해상 봉쇄 임무를 수행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상륙강습함 USS 트리폴리가 적의 공격이 아닌 '내부 물류 붕괴'로 전력 위기를 맞았다. 4개월간 항구 방문이 끊기며 발생한 식량 부족과 최신함의 고질적인 설계 결함이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이는 억대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조차 '기본적인 보급망'이 흔들리면 전투 효율성을 유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고립무원의 미 항모… "먹을 것이 없다"


인도 밀리터(India Military)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현지시각) 기준 미 해군 항모 전단의 상황은 처참하다. 4월 초부터 격화된 갈등으로 대규모 영공이 폐쇄되면서 우편물은 물론, 핵심 보급 작전(Underway Replenishment)까지 차단됐다.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USS 트리폴리 승조원 가족들이 공개한 사진 속 배급 식량은 부실하다. 신선한 농산물 공급이 끊긴 지 오래다. 수병들은 비상식량으로 연명하며, 전투 임무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USS 트리폴리의 한 수병은 "식량 부족으로 사기가 바닥을 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현대전에서 해상 보급선이 끊길 때 함대의 전투력이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40만 달러짜리 '변기 수리비'의 역설

물류 위기만이 아니다. 미 정부회계감사원(GAO) 감사 결과, 포드급 항모 등 최신예 전함들의 진공 변기 시스템이 만성적인 설계 결함으로 막히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 파이프라인을 뚫기 위한 산성 플러시 작업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만 40만 달러(58700만 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첨단 무기 체계가 사소한 지원 시설 고장과 식량 보급 차질이라는 '기본의 붕괴'로 발목 잡힌 셈이다. 이는 하나의 화물을 목적지까지 보낼 때 화물을 옮겨 싣지 않고 배, 기차, 트럭 등 서로 다른 운송 수단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운송하는 방식인 인터모달(Intermodal) 물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최첨단 거대 함선도 결국 해상에 뜬 '고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K-방산, '무기'를 넘어 '군수' 패키지로 수출해야


이번 미 해군 사태는 한국 방산 업계에 거대한 전략적 시사점을 던진다. 그동안 K-방산이 무기 수출의 '하드웨어' 성능으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군수 지원 시스템'으로 영토를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안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미래 방산 수출의 핵심은 단순히 장갑차와 탄약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장 보급망 설계 ▲디지털 물류 자동화 ▲현지 밀착형 유지보수(MRO) 패키지까지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제공이 수출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미군조차 겪고 있는 이번 물류 병목 현상은 한국 기업들에 기회다. 'K-무기'를 구매한 국가들이 겪을 유사한 보급 리스크를 한국의 ICT 기술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K-군수'라는 새로운 표준이 된다.

물류가 흔들리면 전쟁도 흔들린다


이번 사태는 군 내부의 단순한 잡음이 아니다. 실제 작전 수행 능력과 직결되는 군수 물류의 구조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의 흐름과 투자 전략을 결정할 중요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점검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군사 물류 정상화'의 속도다. 미군의 보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제 기능을 회복하는지는 해당 지역 작전 효율성을 가늠하는 최우선 척도가 된다.

둘째, '해상 보급(Underway Replenishment) 역량'이다. 유류와 식량을 포함한 해상 보급 가동률은 항모전단의 전투 지속력을 결정짓는 실질적인 '생명줄'이다.

셋째, 'K-방산의 MRO 경쟁력'이다. 이제는 단순히 무기를 파는 단계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해외 수출국과 체결하는 '군수지원 패키지' 규모와 유지보수(MRO) 역량이 방산주 투자와 국가 안보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최첨단 무기체계도 결국 사람이 운용한다. 보급과 위생이라는 기본이 흔들리는 군대는 어떤 전장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이제 방산 수출의 판도는 '누가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무기를 끝까지 움직이게 하느냐'는 물류 역량의 싸움으로 재편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