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함이 최대의 적"… 인공지능(AI)·그림자 금융 등 2026년판 새로운 금융 뇌관 경고
장부상 가격' 믿지 말고 유동성 선확보하라… 시가평가(Mark-to-market) 강화 주문
장부상 가격' 믿지 말고 유동성 선확보하라… 시가평가(Mark-to-market) 강화 주문
이미지 확대보기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진두지휘했던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최고경영자(CEO)가 현재 금융 시장을 향해 18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블랭크파인 전 CEO는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권은 마치 제2의 2008년식 대폭락이 오고 있는 것처럼 철저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퇴임 이후 침묵을 지키던 그가 회고록 '스트리트와이즈(Streetwise)' 출간을 앞두고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배경에 월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공포 사라진 시장이 가장 위험"… 무너진 리스크 감수 본능
블랭크파인 전 CEO는 현재 시장이 위기에 극도로 무뎌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FT 인터뷰를 통해 "2008년 이후 큰 규모의 '시장 정화'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과거만큼 겁을 내지 않고 오히려 안일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적 격변 사이의 주기가 길어질수록,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그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기제로 '철저한 시가평가'를 제시했다. 시장 거래가 끊긴 자산을 장부상 가격으로만 유지하는 행태가 결국 유동성 고갈의 원흉이 된다는 뜻이다. 블랭크파인은 "나라면 공격적으로 시가평가를 단행하고, 유동성이 남아 있을 때 자산을 팔아 실제 시장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했을 것"이라며 "위기 시에는 시장에서 실현할 수 없는 가격으로 들고 있는 모든 자산이 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AI와 '그림자 금융', 차세대 금융 위기의 뇌관으로 부상
올해 71세인 블랭크파인이 지목한 새로운 위험 요소는 인공지능(AI)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비은행권의 부실한 대출 심사 기준이다. 지난 20년간 규제 사각지대에서 급팽창한 비은행 금융권은 위기 발생 시 시스템 전체를 흔들 '그림자 금융'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2008년 골드만삭스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로 '끊임없는 의구심'과 '현장 확인'을 꼽았다. 2007년 영화를 보던 중에도 헤지펀드 수익률 하락 보고를 받고 즉시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던 일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리먼 브라더스나 메릴린치가 골드만삭스처럼 냉정하게 시장 가격을 반영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실질 가치를 확인했다면 파국은 면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금융권 대출 70조 달러 육박… 규제 사각지대의 경고
실제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비은행 금융중개(NBFI) 자산 규모는 약 70조 달러(약 9경3100조 원)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금융 자산의 절반 수준이다. 사모 대출 시장은 2008년 이후 은행 규제 강화의 반사이익을 얻으며 연평균 15% 이상 급성장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들의 느슨한 대출 심사 기준이 금리 고공행진과 맞물려 연쇄 부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랭크파인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 자산들이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받지 못한 채 장부상 가치로만 존재하다가, 유동성 경색 시 금융 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했다.
내 돈을 지키는 3가지 '생존 필살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블랭크파인의 경고가 한국 시장에도 큰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복잡한 금융 용어를 넘어, 일반 투자자가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전략을 쉽게 풀이했다.
먼저, "내 집, 내 주식… 진짜 얼마에 팔릴까?" 장부상 가치의 함정, 숫자로만 적힌 가격에 속지 마라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사모펀드처럼 거래가 뜸한 자산은 시장이 얼어붙으면 내가 생각한 가격에 팔 수 없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할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장에 내놓으면 현금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위기 때는 현금을 쥔 사람이 왕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확보가 자산 증식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이제는 돈 벌 일만 남았다"며 안심할 때가 오히려 현금을 챙겨야 할 때다. 진짜 위기가 닥치면 아무리 좋은 자산도 '헐값'이 된다. 이때 나를 지켜주는 것은 화려한 수익률이 아니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다.
셋째, "팔 수 있는 것만 진짜 내 재산"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내 돈이 흘러가는 길을 끝까지 쫓아라"고 말한다. 그림자 금융 리스크를 점검하라는 것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나 이용하는 금융사가 혹시 규제 밖에 있는 위험한 대출(비은행 대출)에 엮여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도미노처럼 연결된 금융 생태계에서 '리스크 체인(위험의 연결고리)'을 미리 파악하는 것만이 내 손실을 최소화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