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땐 세계 원유 20% 차단… 에너지 대외 의존도 93% 한국 경제 '이중 충격'
맥쿼리·ECB "기존 경제 모델 작동 불능"… 저렴한 에너지 전제로 한 AI 성장 신화에도 균열
맥쿼리·ECB "기존 경제 모델 작동 불능"… 저렴한 에너지 전제로 한 AI 성장 신화에도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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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시기 불문, 필요한 모든 조치"… 원유 8% 급등·S&P500 2% 하락
악시오스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이란과의 분쟁이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세계 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화선이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예상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시기가 언제든 상관없다"며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전방위 조치를 예고했다. 발언이 시장에 전달되자마자 뉴욕 증시 S&P500 지수는 2% 밀렸고, 국제 원유 가격은 하루 만에 8% 치솟았다.
시장의 시선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이 33㎞ 너비의 수로는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에너지의 동맥이다. 해협이 막히는 순간 이는 단순한 유가 충격이 아니라 글로벌 물류 전체를 멈추게 할 뇌관이 된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단발성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 6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공급망 분리, 그리고 이번 이란 분쟁이 연속적으로 쌓이면서 2010년대를 지탱했던 '저변동성 시대'는 이미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ECB 라가르드 "팬데믹 이전 경제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변화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2023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중앙은행 총재 연례 회의에서 그는 "팬데믹 이전에는 경제가 잠재 생산량의 꾸준한 확대 경로를 따르고 주로 민간 수요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라며 "하지만 이제는 그 모델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발언의 무게는 지금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본지 분석을 종합하면,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이 상시화된 이 구조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마주한 선택지는 과거보다 훨씬 가혹해졌으며, 경제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맥쿼리 "AI 성장 신화, 저렴한 에너지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현재 세계 경제의 핵심 성장 엔진인
AI 산업의 근본 전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Macquarie) 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금리 전략가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인플레이션 급등이 재현될 경우, 이번에는 세계 경제 성장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즈먼은 "AI 기반 성장 기술은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 기술 혁신의 속도는 느려지고 비용 부담은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운영하는 데 드는 전력량은 중소 도시 하나의 소비량에 맞먹는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재생에너지 투자와 함께 원자력 발전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 가격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경우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3% 한국, '이중 취약성' 정면 노출
한국은 이 충격의 파고를 정면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며, 중동산 원유의 수입 비중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72%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곧바로 국내 에너지 수급 차질과 무역수지 악화라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축으로 꼽히는 AI 반도체 산업 역시 이 에너지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설 경우, 제조 원가 상승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에너지 비용 부담이 반도체 제조 원가에도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에너지 안보 전략 없이는 AI 반도체 수출 경쟁력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불안정'이 새로운 표준… 한국, 구조적 방어 전략 갖춰야
2010년대를 지탱했던 세계화·저금리·저물가의 삼각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 그 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질서는 분열된 공급망, 에너지의 무기화,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충격이다.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던지는 본질적 질문은 하나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이 일상화된 시대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은 어떤 구조적 방어막을 갖출 것인가. 에너지 자립 전략, 공급망 다변화, 그리고 AI 산업의 전력 안보 연계 없이는 다음 충격이 왔을 때도 같은 취약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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