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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영국 3억 파운드 재투자… 빅파마 유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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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영국 3억 파운드 재투자… 빅파마 유턴 왜?

美·英 관세 협정 후 생명과학 투자 14억 파운드 집중… 빅파마 투자 판도 급변
NHS 신약가 25% 인상 대가로 미국 제로 관세 3년 확보… 영국, 제약 허브 재건 승부수
닉 파시 아스트라제네카 인터내셔널 총괄.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닉 파시 아스트라제네카 인터내셔널 총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민보건서비스(NHS) 약가 환수율과 신약 접근성 문제를 이유로 영국 투자를 잇따라 철회했던 영국 최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3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 재개를 전격 발표했다.

미국·영국 정부가 올해 4월 타결한 제약 관세 협정, 즉 영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 관세를 3년간 면제하는 대신 NHS가 신약 가격을 25% 더 지불하기로 한 이 협정이 아스트라제네카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가디언(The Guardian)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같은 날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이를 직접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얼어붙었던 투자, 7개월 만에 재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9월 케임브리지 본사 인근 2억 파운드 규모 건물 신축 계획을 중단했고, 그 이전인 지난해 1월에는 머지사이드 스페이크(Speke) 지역에 추진하던 4억 5000만 파운드 규모 백신 생산 시설 투자를 전면 취소했다.

당시 회사 측은 정부 지원 삭감과 국민보건서비스(NHS) 약가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재투자는 크게 두 갈래다. 케임브리지에는 중단됐던 2억 파운드짜리 사무동 신축 공사를 재개해 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에 결정적 기여를 한 과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의 이름을 딴 건물을 완공하고, 맥클스필드 캠퍼스에는 1억 파운드를 들여 디지털·데이터 기술 기반의 '미래형 실험실'을 구축한다.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영 제약 협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번 협정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지출 확대와 환자 접근성 향상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들어 영국에서 이미 네 건의 신약 승인이 이뤄진 점에 감사하며, 더 나은 접근성과 약가 환경 구축을 위해 지속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영 제약 협정이 바꾼 판세

이번 투자 재개의 핵심 배경은 지난해 12월 타결되고 올해 4월 2일 세부 조항이 확정된 미·영 제약 관세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영국산 의약품·원료의약품·일부 의료기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이 면제 혜택은 2029년 1월까지 유지된다.

영국이 치른 대가는 적지 않다. NHS는 올해 4월부터 새로 출시되는 신약에 대해 순가격을 25% 인상하기로 했고, 의약품 관련 지출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재 0.3%에서 2028년까지 0.35%, 2035년까지 0.6%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또한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NHS 리베이트 최고 한도도 2025년 22.9%에서 2026~2028년 15%로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이 협정을 약가 협상의 구조적 전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의약산업협회(ABPI) 리처드 토르벳(Richard Torbett) CEO는 "이번 협정은 NHS 환자들이 혁신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며, 영국이 글로벌 생명과학 투자를 유치·유지하는 데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생명과학에 몰리는 자본, 그러나 남은 과제


ABP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영 협정 발표 이후 현재까지 영국 생명과학 분야에 13건의 투자가 이뤄지며 총 14억 파운드의 자금이 유입됐다.

벨기에 UCB파마 5억 파운드,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ristol Myers Squibb) 5억 달러(약 7380억 원)에 이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도 지난달 런던 킹스 크로스에 1억 5000만 파운드 규모 인공지능(AI) 거점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번에 영국에 투자하는 3억 파운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미국 내 연구·생산 투자 500억 달러(약 73조 8100억 원)와 올해 1월 발표한 중국 투자 150억 달러(약 22조 1430억 원)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크게 못 미친다.

파이낸스 먼슬리(Finance Monthly)는 "영국이 더 많은 약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대형 투자 하나를 되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 더 높은 의약품 지출이 일회성 홍보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투자를 낳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분석했다.

협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태도를 바꿀 경우 제로 관세 혜택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52억 8800만 달러(약 22조 5720억 원)로 전년 동기보다 8% 늘었다. 암 치료제 부문이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었으며, 회사는 2030년까지 연 매출 800억 달러(약 118조 1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