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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시대] 트럼프, '클로드' 전장에서 끊다… 1조 달러 방산 AI 시장, 하룻밤 새 판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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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 시대] 트럼프, '클로드' 전장에서 끊다… 1조 달러 방산 AI 시장, 하룻밤 새 판이 뒤집혔다

록히드마틴·레이시온 즉각 퇴출 선언, 법적 근거 논란에도 국방 예산 앞에 속수무책
이란 공습 때 표적 식별에 활용됐던 '클로드'… "기계가 살인 결정" 윤리 논쟁도 폭발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자사 공급망 전반에서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자사 공급망 전반에서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2026년 봄, 미국 국방부(Pentagon)는 스스로 실전에 투입했던 인공지능(AI) 엔진의 전원을 끊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AI가 전쟁을 바꾼다고 외치던 바로 그 정부가, 가장 앞서 달리던 AI 기업의 기술을 전장에서 퇴출한 것이다. 모순처럼 보이는 이 결정의 배후에는 기술 패권 다툼, 정치적 통제욕, 그리고 기계가 인명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한 뒤늦은 공포가 엉켜 있다.

방산 공룡들의 일제 후퇴… "국방 예산 앞에 법리는 사치"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지난 3(현지시간) 앤트로픽(Anthropic)AI 모델 '클로드(Claude)'를 자사 공급망 전반에서 제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의 AI 안전 정책, 이른바 '기술적 가드레일'을 문제 삼아 연방 기관 사용 금지령을 내린 지 불과 며칠 만이다.

4CNA 보도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미군과 거래하는 모든 계약업체와 협력사는 앤트로픽과 어떤 상업적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군과 거래하는 모든 계약업체와 협력사는 앤트로픽과 어떤 상업적 관계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헤그세스 장관의 명시적 선언이었다.

정부 조달 계약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계는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연방조달공급망보안법(FASCSA)에 따르면 해당 기업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의회에 사전 통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하지만, 이번 금지령은 이 과정 없이 전격 시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레이시온(RTX) 등 주요 방산업체들은 공개적 항의 없이 발 빠르게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연간 1조 달러(1463조 원)에 달하는 국방 예산 배분에서 불이익을 피하려는 현실적 계산이 법리 논쟁보다 앞선 셈이다.

이란 공습 때도 '클로드'가 표적을 골랐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금지령이 떨어진 바로 그 시점, 클로드는 이미 미군의 핵심 살상 결정 과정에 깊숙이 연루돼 있었다.

4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최근 이란 공습 작전에서 클로드를 ▲정보 평가 ▲표적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 실제로 활용했다. 앤트로픽은 202511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협력해 클로드를 군사 의사결정 플랫폼의 '추론 엔진(Reasoning Engine)'으로 통합했고, 올해 1월에는 지휘관의 전술 명령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수백 대의 드론 군집(Swarm)을 자율 조종하는 약 1억 달러(1463억 원) 규모의 시스템 계약을 제안했다.

기술이 전쟁 속으로 파고든 속도와 그것을 통제하려는 정치의 속도 사이에 깊은 간극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10% 오작동이 3600명의 목숨을 앗아간다"LLM'환각'이 전장에 풀리면


AI의 군사적 활용이 낳는 구체적 위험은 이미 다른 전장에서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 2024년 탐사매체 '+972 매거진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한 표적 식별 AI '라벤더(Lavender)'는 오작동률이 약 10%에 달해, 3600명 이상이 잘못된 표적 목록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클로드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AI가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오류인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전장에서 발현될 경우 그 파장은 소프트웨어 버그가 아닌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고 경고한다.

규제는 비어 있고, 기계는 달린다


AI 무기 체계를 규율하는 국제 법체계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제네바 협약 제36조는 새로운 무기 도입 전 법적 검토와 사전 시험을 의무화하지만, 실시간으로 학습·갱신되는 AI 시스템에 이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관한 구체적 방법론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의 마리아로사리아 타데오(Mariarosaria Taddeo) 교수는 "기계가 인간을 죽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직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드론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 통계를 처음 공개하기까지 약 15년이 소요됐던 역사적 선례를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 치하에서 진행되는 AI 전쟁의 실상이 투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방산 AI에 던지는 파장, "통제 가능한 AI만 살아남는다"… 방산 AI 재편의 서막


이번 사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방산업계는 미국의 '인터오퍼러빌리티(상호운용성)' 요건에 따라 미군 시스템과의 연동을 필수적으로 추진해 왔다. 미 국방부가 앤트로픽처럼 특정 AI 기업을 공급망에서 전면 배제하는 관행을 굳힌다면, 해당 AI를 탑재한 한국 방산 솔루션 역시 미 수출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힐 수 있다.

국내 방산 AI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미국발 AI 안전 기준과 정치적 공급망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AI 엔진을 탑재하느냐가 수출 성패를 가를 수 있다"며 사태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앤트로픽 퇴출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 규제를 넘어선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생태계에서 정부의 지시에 순응하는—혹은 통제 가능한—AI만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가드레일을 앞세운 앤트로픽의 AI 안전 철학이 오히려 퇴출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AI 개발 주도권을 두고 OpenAI, 구글 딥마인드, xAI(일론 머스크) 등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미 국방부는 특정 기업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방산 AI 시장의 새 판짜기에 나선 셈이다. 그 판이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군사 AI 선택지도 함께 좁아질 수 있다. 기계가 전쟁을 수행하는 시대, 규칙을 만드는 자가 전장의 미래를 지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