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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리포트] 트럼프, 이란전쟁으로 '에너지 카드' 꺼내들다…시진핑의 위안화 결제망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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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 리포트] 트럼프, 이란전쟁으로 '에너지 카드' 꺼내들다…시진핑의 위안화 결제망 흔들린다

中, 석유 60%·매장량 70% 장악한 미·사우디 연합에 에너지 생명줄 노출
4월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힘의 균형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어
이란에서 시작된 전쟁의 충격파가 중국의 '위안화 원유 결제망'을 정면으로 강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 질서가 근본부터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에서 시작된 전쟁의 충격파가 중국의 '위안화 원유 결제망'을 정면으로 강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 질서가 근본부터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에너지 안보 지도가 뒤흔들리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중동 포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유가 상승 때문만이 아니다. 이란에서 시작된 전쟁의 충격파가 중국의 '위안화 원유 결제망'을 정면으로 강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금융 질서가 근본부터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지난 6(현지시각) 국제 경제·지정학 분석 기관인 에노도 경제학(Enodo Economics)의 창립자이자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이애나 초일레바의 분석 리포트를 인용해 이번 이란 분쟁의 구조적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초일레바 연구원은 "이란 전쟁은 단기적인 지역 충격을 넘어 중국의 전략적 야망을 검증하는 실전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규정했다. 그의 진단이 국제 금융가를 긴장시키는 이유는 단순한 분쟁 분석을 넘어,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고위급 회담의 판세 변화를 정밀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및 우방국의 압도적인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배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및 우방국의 압도적인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지배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중국의 '석유 위안화' 네트워크, 미국의 공세에 흔들리다

이 분쟁이 터지기 전까지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적지 않은 전략적 우위를 누려왔다.

핵심 광물과 녹색 기술 공급망을 틀어쥔 데 이어, '페트로달러' 체제를 우회하는 이중 전략도 상당한 수준까지 구축해 놓았다. 구체적으로는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로부터 국제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원유를 들여오되, 그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독자적인 비공식 네트워크를 조성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이 구조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초일레바 연구원은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를 중국의 영향권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한다면,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위안화 결제망과 제재 회피 인프라가 심각한 기능 손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치가 그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미국 동맹국들은 현재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60%, 확인 매장량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의 에너지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리지를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초일레바 연구원은 이 카드가 달러를 직접 무기화하는 방식보다 중국에 주는 압박 강도는 더 크면서도 미국이 감수해야 할 역풍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평가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이 지형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으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미·중 패권 대결의 전선으로 변질될 경우 한국 정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의 '제재 타겟'이 된 중국의 위안화 석유 결제국.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제재 타겟'이 된 중국의 위안화 석유 결제국.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양다리 외교'의 종언…사우디, ·중 사이에서 선택 강요받다


이번 사태로 가장 극적인 입장 변화를 강요받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리야드는 그동안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꾸준히 넓혀오는 실용적 줄타기를 구사해 왔다. 2023년 사우디·이란 국교 정상화를 중국이 중재하는 외교적 성과를 허용하면서도, 미군의 주둔을 용인하고 석유 달러 결제 관행을 유지해온 것이 그 균형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 이란의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은 리야드의 계산을 뒤흔들었다. 초일레바 연구원은 "사우디 지도부가 미국의 압박 수단으로 동원될 가능성을 경계하겠지만, 향후 수개월간 리야드가 취하는 태도는 미·중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가 미국 주도의 에너지 동맹 쪽으로 기울 경우, 중국의 위안화 결제 확대 전략은 핵심 파트너를 잃으며 결정적 타격을 받게 된다. 반대로 사우디가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압박 수단으로서 에너지 카드의 효력은 반감된다. 사우디의 선택이 곧 이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는 셈이다.

4월 미·중 회담, 구조가 바뀌었다


4월 베이징에서 열릴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불과 몇 달 전과 전혀 다른 지형 위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초일레바 연구원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협상 레버리지를 손에 쥔 채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나타날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던 힘의 균형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는 광범위하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문제, 미국 내 중국 자본의 투자 제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강화 등이 압박 카드로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다만 변수도 상존한다. 이란 내부의 결속된 저항 의지와 분산된 반대 세력 탓에 이번 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지금은 자산으로 작용하는 군사적 개입이 워싱턴에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초일레바 연구원은 배제하지 않았다.

시장은 아직 리스크를 '과소평가' 중이다


금융 시장의 반응은 아직 이번 구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가 단기 유가 변동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결제 체계와 국제 금융 네트워크 자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에노도 경제학의 초일레바 연구원은 "지정학과 금융 구조 모두에 대한 실전 테스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지속적인 위험 회피 전략만이 합리적 투자 자세"라고 권고했다.

이는 위험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신호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미·중 갈등 심화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핵심 산업의 수요 위축과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 코스피의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질수록, 환율 변동성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달러 자산 비중 확대와 원자재 헤지 포지션 강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월 회담 전까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제 중동의 전선이 베이징의 에너지 동맥을 조이고 있다.

이란 분쟁이 지역 충돌을 넘어 미·중 패권 재편의 촉매제로 기능하면서, 4월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협상이 아닌 힘의 검증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의 선택, 이란의 버티기, 그리고 시장이 미처 가격에 담지 못한 리스크라는 이 세 가지 변수가 교차하는 4월까지, 글로벌 금융 시장의 긴 변동성 터널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