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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술적 휴전’ 돌입… 디커플링 속도는 늦추고 비민감 부문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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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술적 휴전’ 돌입… 디커플링 속도는 늦추고 비민감 부문 집중

트럼프 방중 앞두고 기업 신뢰도 14%p 상승… 남중국 미상공회의소 보고서
中, 서방 조립지에서 ‘신흥국 중간재 공급원’으로 체질 개선하며 지정학 리스크 헤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년 만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 무역 관계가 경제적 분리(디커플링)의 속도를 조절하는 ‘전술적 휴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주남중국 미국상공회의소(AmCham South China)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은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관계 안정에 대한 신중한 자신감을 보이며 재투자를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방중 앞두고 기업 낙관론 39%로 반등


보고서에 따르면, 4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9%가 향후 미·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3월 말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할리 세이딘 AmCham 남중국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양국 대화 덕분에 2026년 미·중 무역은 경제적 분리를 막지는 못하되 그 속도를 늦추는 '전술적 휴전'이 특징이 될 것"이라며 "양자 무역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 비민감 부문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위기 체감도 역시 다소 완화되는 추세다. 무역 긴장으로 인한 운영 중단이 3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한 37%를 기록한 반면, 6개월 이내의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본 기업은 19%로 늘어났다.

다만 세이딘 회장은 "양국 모두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어, 전체 무역 규모는 분쟁 이전인 2017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급망의 재편… ‘서방의 조립 공장’에서 ‘신흥국 산업 엔진’으로


이번 조사는 중국 공급망이 지정학적 압력에 대응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2025년 중국과 일대일로(BRI) 참여국 간의 무역액은 3.39조 달러를 기록하며 중국 전체 무역의 51.9%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이 서방의 디커플링 압력에 맞서 신흥 시장을 ‘구조적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이딘 회장은 "중국은 더 이상 서방의 최종 제품 조립지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일대일로 국가들에 핵심 중간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환 덕분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수익성도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조사 대상 미국 기업의 87%, 타 국가 기업의 76%가 2025년에 수익을 냈다고 답했다. 다만 재투자 규모는 대부분 1000만 달러 미만의 소규모에 그쳐,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현상 유지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무역 휴전의 불확실성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중 간의 전술적 휴전은 한국 경제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안겨준다. 먼저 미·중 관계의 안정은 글로벌 공급망의 급격한 붕괴를 막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환경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비민감 부문의 무역이 유지됨에 따라 범용 반도체나 가전, 자동차 부품 등 소비재 관련 공급망에서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이 동남아 등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산업 엔진’으로 체질을 개선함에 따라, 신흥 시장에서 한국 중간재와 중국산 중간재 간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중 무역 규모가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역시 중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향하는 완제품 수출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내 '전술적 휴전'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민감 부문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국의 중간재 수출이 집중되는 동남아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여 중국과의 새로운 경쟁 체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