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대비 전력 0.001% 불과… 호주 코르티컬랩스, 싱가포르 등 2곳에 'CL1' 데이터센터 구축
'피 한 방울'로 배양한 신경세포의 역습, K-반도체 '저전력 전술'의 강력한 대항마 부상
'피 한 방울'로 배양한 신경세포의 역습, K-반도체 '저전력 전술'의 강력한 대항마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계산기보다 낮은 전력의 충격… '박스 속의 몸'이 연산한다
코르티컬랩스가 개발한 CL1 유닛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다. 혼 웽 총(Hon Weng Chong)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CL1의 전력 소모량은 휴대용 계산기보다 적다"고 단언했다. 이는 현재 AI 시장을 지배하는 GPU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열을 뿜어내는 것과 정반대의 지점이다.
CL1은 인간의 혈액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술로 뉴런화하여 반도체 위에 올린 구조다. 이 20만 개의 뉴런은 칩의 전기 신호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신경망을 재구조화한다. 이미 고전 게임 '둠(DOOM)'을 스스로 학습해 구동하며 단순 연산을 넘어선 지능형 처리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실리콘의 한계를 생물학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라고 정조준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등 거점 확보… '실험실' 넘어 '산업 현장'으로
이번 발표가 파격적인 이유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코르티컬랩스는 데이터센터 전문 기업 '데구원(DayOne)'과 손잡고 멜버른에 120대, 싱가포르에 총 1,000대 규모의 CL1 유닛을 단계적으로 배치한다. 특히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 용루린 의과대학은 초기 검증 단계에서 20대의 유닛을 직접 운용하며 실증에 나선다.
장치 한 대당 가격은 약 3만 5000달러(약 5170만 원)로 책정됐다. 칩 위에서 살아있는 뇌세포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특수 생명 유지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으며, 세포 수명에 따른 교체 주기는 약 6개월이다. 이는 하드웨어의 감가상각 대신 '생물학적 소모'라는 새로운 운영 비용 개념을 제시한다.
K-반도체 'HBM·PIM' 전략에 던지는 신호는
국내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러한 생물학적 컴퓨팅의 부상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가는 "현재 한국이 주도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나 PIM(지능형 메모리) 기술의 종착역도 결국 '저전력 고효율'에 있다"며 "뉴로모픽(뇌 모사) 칩을 넘어 실제 세포를 쓰는 방식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데이터센터 산업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는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인간 유래 세포를 컴퓨팅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따르는 윤리적 논란과 짧은 세포 수명은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는 탄소 배출과 물 소비가 없는 '착한 AI'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코르티컬랩스의 이번 시도는 '더 크고 강한 하드웨어'만을 쫓던 AI 산업계에 '가장 효율적인 연산 장치는 이미 자연에 존재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진다. 기계와 생명이 결합한 이 이종(異種) 데이터센터가 싱가포르와 호주에서 거둘 성적표에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