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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11% 폭락 원인 분석... 중동 전쟁에도 43년 만에 최악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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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11% 폭락 원인 분석... 중동 전쟁에도 43년 만에 최악 기록

이란 전쟁발 고물가에 '금리 인하' 실종... 안전자산 금 대신 달러 선택
주간 낙폭 11% 기록하며 온스당 5000달러 붕괴... 1983년 이후 최대 하락
강달러에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위기... 한국은행 긴축 장기화 우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금 시장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금 시장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전 세계적인 전쟁 공포가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이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강달러의 파고에 밀려 4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미국 CNN 비즈니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귀금속 거래소 동향과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서 금 시장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사라진 '전쟁 특수'... 1983년 이후 최대 하방 압력 직면


일반적으로 전쟁은 금값 상승의 촉매제가 되지만, 이번 이란 전쟁은 시장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이번 주에만 11% 폭락하며 1983년 이후 가장 참혹한 일주일을 보냈다.

전쟁 발발 직후 기록했던 고점과 비교하면 누적 하락률은 14.2%에 달해,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달 15일 온스당 5000달러(약 750만 원)를 돌파하며 '역대급 불장'을 연출했던 금값은 불과 한 달 만에 4500달러(약 670만 원) 선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쌓아온 상승분을 단 일주일 만에 모두 반납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두고 금이 본연의 가치 저장 수단보다는 유동성과 심리에 좌우되는 '밈 주식'처럼 변질됐다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고금리 족쇄'에 묶인 옐로 메탈... 인플레이션의 역설


금값 추락의 근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불러온 인플레이션 압력에 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이 타격을 입고 유가가 치솟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의 특성상 고금리 환경은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을 극대화한다. 펀드스트랫(Fundstrat)의 하디카 싱 경제 전략가는 "최근 금값 하락은 국채 수익률 상승과 궤를 같이한다"며 시장의 하방 압력을 정조준했다.

여기에 안전자산 수요가 금이 아닌 달러로 쏠리면서 달러 인덱스가 전쟁 이후 2%가량 반등한 점도 금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로 결제되는 금의 체감 가격이 비싸져 국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작동한 셈이다.

환율 1500원 돌파 위기... 한국 경제 '고통의 터널' 진입


국제 금값의 기록적인 하락은 한국 외환시장과 실물 경제에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의 비상벨을 울렸다. 금값 하락을 이끈 강달러 기조는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려 수입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넘나들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공포를 재현했다.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하반기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사실상 동결 내지는 추가 인상 검토라는 매파적 기조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금통위 이후 "물가 전망 상향으로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점은 이러한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과 환율 불안이 맞물리면서, 국내 가계와 기업은 당분간 고금리의 고통을 견뎌야 할 처지에 놓였다.

거품 걷히는 금 시장... 보수적 자산 운용 전략 절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금 시장의 거품이 걷히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네덜란드계 ING 은행은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로 형성됐던 과열 양상이 현금 확보를 위한 투매로 바뀌고 있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가의 베테랑 에드 야데니 역시 연말 금값 목표치를 기존 6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하향 조정하며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지금의 금값 폭락은 지정학적 위기보다 '돈의 값'인 금리가 자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국내 투자자들은 금을 맹목적인 안전판으로 신뢰하기보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향방과 환율 변동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