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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인텔의 귀환, AI 거품론 잠재울 '진짜 실적'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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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인텔의 귀환, AI 거품론 잠재울 '진짜 실적' 터졌다

1년 사이에 700% 폭등한 씨게이트… '학습' 넘어 '추론' 시장이 올드테크 깨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점 신호일까? 데이터센터 '장부' 속에 숨겨진 3가지 지표
인공지능(AI) 열풍이 엔비디아라는 단일 주인공의 독주 시대를 지나 기술주 전반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서버 등 이른바 ‘올드테크(Old Tech)’로 치부되던 전통 강자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충의 핵심 수혜주로 등판하며 시장의 강력한 추진 동력을 공급하는 형국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열풍이 엔비디아라는 단일 주인공의 독주 시대를 지나 기술주 전반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서버 등 이른바 ‘올드테크(Old Tech)’로 치부되던 전통 강자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충의 핵심 수혜주로 등판하며 시장의 강력한 추진 동력을 공급하는 형국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열풍이 엔비디아라는 단일 주인공의 독주 시대를 지나 기술주 전반의 지형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서버 등 이른바 올드테크(Old Tech)’로 치부되던 전통 강자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충의 핵심 수혜주로 등판하며 시장의 강력한 추진 동력을 공급하는 형국이다. 과거 PC와 서버 시대의 주역들이 AI라는 거대한 엔진을 달고 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1(현지시각) "AI가 이제 시장 전체의 상승장(Bull Case)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으며, 이는 올드테크 기업들의 화려한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약 600% 치솟았으며, 하드디스크(HDD) 제조사 씨게이트는 718%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경악케 했다.

올드테크 주요 기업( 1년 주가 수익률, %).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올드테크 주요 기업( 1년 주가 수익률, %).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마이크론·씨게이트, 단순 부품서 '전략 자산'으로 신분 상승


그간 범용 제품으로 취급받던 메모리와 스토리지 가격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 체력이 급변하고 있다. 다이와 증권(D.A. Davidson)은 최근 마이크론의 목표 주가를 1000달러(147만 원)로 제시하며 강력 매수 의견을 냈다. 현재 주가인 540달러(79만 원) 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에 가까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와 공급 부족의 선순환이 자리한다.

AI 모델 고도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설비가 집중되자, 일반 DRAM 공급까지 동반 부족해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이에 마이크론의 이익은 오는 20278월까지 2년 동안 10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주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5.8배에 불과해, S&P 500 지수 내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저평가 상태다.

스토리지 전문 기업 씨게이트의 도약 역시 눈부시다. 모건스탠리는 씨게이트를 최선호주(Top Pick)로 꼽으며 "과거의 낙관적 시나리오가 이제는 기본 시나리오(Base Case)가 됐다"고 평가했다. 클라우드 저장 용량의 80%를 차지하는 하드디스크 시장이 과점 체제로 굳어진 상황에서, AI가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담기 위한 고용량 스토리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 끝낸 AI, '실행' 위해 인텔 CPU와 델 서버 찾는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중앙처리장치(CPU)와 일반 서버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학습' 단계에서는 GPU가 절대적이지만, 완성된 AI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는 CPU의 연산 능력과 서버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룬 곳은 인텔이다. 인텔 주가는 지난 1년 새 400% 가까이 폭등하며 26년 만에 닷컴 버블 당시의 고점을 돌파했다. 특히 2026년 들어 미 정부가 칩스법(Chips Act) 지원금을 지분 투자로 전환하며 재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한 점이 강력한 추진력이 됐다.

서버 인프라 구축의 강자인 델(Dell)과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역시 AI 수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델은 지난 1년간 주가가 132% 상승했고, PER16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HPE78% 상승에 PER 11배로 여전히 가격이 매력적이다.

'피크 아웃' 공포를 이기는 '이익의 실체'


이번 기술주 반등은 과거의 거품 논란과는 궤를 달리한다. 형체 없는 기대감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의 실질적인 설비투자(CAPEX) 확대와 그로 인한 '장부상의 숫자'가 입증되고 있어서다. 세간의 우려와 달리 공급자가 가격 주도권을 쥐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투자자들이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마이크론의 분기별 영업이익률 추이다. 이는 메모리 업황의 고점 여부를 가늠할 가장 정밀한 자석이다.

둘째, 델과 HPE의 서버 수주 잔고다. 기업들이 실제 AI 인프라 구축에 돈을 집행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리얼타임 지표다.

셋째, 미 국채 금리의 향방이다. 아무리 저평가된 올드테크주라 할지라도 고금리 기조가 꺾이지 않으면 밸류에이션 확장(Re-rating)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급격한 주가 상승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과 중국 기업들의 낸드(NAND) 시장 역습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하다. 일방적인 낙관론보다는 실적 발표 시즌마다 기업들이 제시하는 가이던스와 실제 수요의 간극을 면밀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AI는 이제 특정 종목의 전유물이 아니다. 낡은 창고에 머물던 올드테크 기업들이 AI라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귀환했다. 이들의 화려한 부활은 역설적으로 AI 혁명이 이제 막 '돈이 되는' 본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