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쇼크에 글로벌 채권 시총 3.1% 급감… ‘안전 자산’ 공식 파괴
미 10년물 국채 금리 4.4% 돌파… 1500원 선 무너진 원화 가치에 ‘3고 위기’ 가중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 170달러 상회 시나리오… 한은·연준 ‘물가 방어’ 우선
미 10년물 국채 금리 4.4% 돌파… 1500원 선 무너진 원화 가치에 ‘3고 위기’ 가중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 170달러 상회 시나리오… 한은·연준 ‘물가 방어’ 우선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달 들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2조 5000억 달러(한화 약 3720조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례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렸던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면서, 통상 지정학적 위기에서 ‘피난처’ 역할을 하던 국채마저 투매의 대상이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안전 자산' 공식의 파괴… 호르무즈 봉쇄 위협에 국채 금리 8개월 만에 최고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문법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 전쟁은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타격하는 ‘공급 충격형’ 위기라는 점에서 판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지수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시장 가치는 지난달 말 77조 달러에서 최근 74조 4000억 달러로 한 달 사이 3.1%나 급감했다.
특히 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3일(현지시각) 장중 4.4%를 돌파하며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치솟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채권을 내던지고 있다는 증거다.
스톤엑스 그룹(StoneX Group Inc.)의 캐서린 루니 베라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인터뷰에서 “시장은 이미 단순한 변동성을 넘어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1500원 선 붕괴된 원화 가치… ‘헬륨 쇼크’ 맞물린 한국 경제의 ‘퍼펙트 스톰’
글로벌 채권 시장의 균열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가혹한 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장중 1500원 선을 돌파하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원화 가치 하락을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물 경제의 공급망 훼손이다. 한국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수입의 64.7%를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경우,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여도 핵심 원자재 수급이 막히는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70달러까지 치솟고,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0.5%p 끌어내릴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없다"… ‘강제적 긴축’의 늪에 빠진 중앙은행들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은 중앙은행들의 ‘강제적 긴축’ 선회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올해 중반 이후 금리 인하를 고대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BNP파리바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이 오는 4월 정책 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상단을 다시 열어두는 매파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요아힘 나겔 위원 역시 “에너지 가격 폭등이 지속된다면 물가 억제를 위해 조기에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티시스(Natixis)의 트린 응우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방어할 여력이 사라진다”라며 “성장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물가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최악의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역시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면서, 국내 경제는 제조 원가 상승과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