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AI·양자 '듀얼유스' 전면 내세워 NATO·EU 공략 본격화
日 기업 최초 해외 방산 거점…록히드 마틴과 연대해 '脫미국' 수요 흡수
日 기업 최초 해외 방산 거점…록히드 마틴과 연대해 '脫미국' 수요 흡수
이미지 확대보기일본 종합 정보기술(IT) 대기업 후지쓰(Fujitsu)가 2030년대까지 유럽 방위산업 인력을 현재의 2배인 2000명 규모로 확대한다고 닛케이(日本經濟新聞)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으로 유럽 각국이 국방비를 급격히 늘리는 동시에 미국 빅테크 의존 탈피에 나서면서, 후지쓰는 사이버보안·인공지능(AI)·양자기술 등 군민 양용(軍民兩用, 듀얼유스) 기술의 대(對)유럽 수출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NATO 본부·EU 집행위 동시 겨냥…일본 방산 '내수 탈피' 신호탄
닛케이에 따르면, 후지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가맹국에 각 1000명 규모의 방위 담당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NATO 본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위치한 벨기에에 새 거점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EU·NATO의 방위 프로젝트 수주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2025년에는 독일 서부 뒤셀도르프에 수인(數人) 규모의 방위 담당 조직을 처음으로 꾸린 바 있다.
닛케이는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등 일본의 방산 대기업 대부분이 방위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해외에 방산 사업 거점을 두는 일본 기업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후지쓰가 유럽에서 판매할 핵심 상품은 방위 시스템에 필수적인 사이버보안, AI 전용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그리고 양자 기술 등 민군 양용 기술이다.
유럽 '디지털 주권' 갈증이 기회…SIPRI 64위서 도약 노려
후지쓰의 움직임 뒤에는 유럽 전역에서 가속되는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 확보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유럽 시장의 85%를 장악한 가운데 에스토니아 법무디지털부 장관은 미국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250만 명의 공무원이 사용하는 화상회의 툴을 '줌(Zoom)' 등 미국산 서비스에서 자국산 '비지오(Visio)'로 2027년까지 전환하는 방침을 확정했으며, 덴마크 일부 지방정부와 독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도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오픈소스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로 교체 중이다.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원(Defense One)은 2월 보도에서 2022~2025년 유럽의 방위 기술(defense tech) 분야 투자가 13배 증가했으며, 미국의 신규 기술 투자가 같은 기간 2배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는 맥킨지(McKinsey) 분석을 인용했다. 또 NATO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높이기로 확정하면서, 유럽의 방산 관련 지출은 연간 약 6000억 유로(한화 약 1042조 원) 수준까지 증가할 전망이라는 RBC캐피털마켓(RBC Capital Markets)의 추산도 제시됐다.
이 같은 환경은 후지쓰에 직접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EU는 총 800억 유로(약 138조 원) 규모의 유럽방위기금(European Defence Fund)을 창설했으며, 일본 정부는 17조 엔 규모의 EU 연구·개발 지원 프레임워크 참여와 NATO 스타트업 육성 조직 가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다카이치(高市) 정권은 방위산업을 경제성장 '전략 17개 분야' 중 하나로 지정하고 있어, 후지쓰에 대한 지원 및 방위 예산 확대 모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후지쓰는 2024년 방위 장비 세계 매출 순위 64위로, 일본 기업 중 미쓰비시중공업(32위)·가와사키중공업(55위)에 이어 세 번째다. 2024년 방산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1억 9000만 달러(약 3조 2800억 원)를 기록했다. 재팬타임스(The Japan Times)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후지쓰·미쓰비시전기·NEC 등 일본 5개사의 2024년 방산 매출 합산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33억 달러(한화 약 19조 9000억 원)에 달한다.
다만 후지쓰가 단기간 내 유럽 방산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펜스원은 유럽의 클라우드 서비스 80%가 여전히 미국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고, "비교 가능한 유럽 대안은 아직 없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공급망 전환 수요가 아무리 크더라도 실질적인 교체가 단기에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후지쓰가 NATO·EU 프로젝트 참여 자격을 얻기 위한 보안 인증과 규제 준수 절차를 신속히 밟을 수 있는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