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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이 ‘황금알’로… 프랑스, 40MW급 액체 연료 원자로 실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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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이 ‘황금알’로… 프랑스, 40MW급 액체 연료 원자로 실증 성공

프랑스 나아레아, 플루토늄 용융염 기반 마이크로 원자로 ‘XAMR’ 핵심 연료 공정 시연 완료
고체 연료 한계 넘은 액체 방식, 저압·고온 설계로 폭발 위험 원천 차단 및 폐기물 재활용 ‘순환 경제’ 시동
SMR 시장 넘어 산업용 열·수소 생산 ‘분산형 전원’ 급부상… 한국 원전 수출 전략에 ‘비상벨’
프랑스의 원자력 스타트업 나아레아(Naarea)가 플루토늄을 녹여 사용하는 용융염 기반 차세대 마이크로 원자로 ‘XAMR’의 핵심 연료 제조 공정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의 원자력 스타트업 나아레아(Naarea)가 플루토늄을 녹여 사용하는 용융염 기반 차세대 마이크로 원자로 ‘XAMR’의 핵심 연료 제조 공정에 성공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핵폐기물은 그동안 원자력 산업의 아킬레스건이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골칫덩이였다. 하지만 이 애물단지를 다시 녹여 에너지로 바꾸는 이른바 핵연료 연금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프랑스의 원자력 스타트업 나아레아(Naarea)26(현지시간) 자사 기술 공시와 아이오와 파크 리더(Iowa Park Leader) 등 주요 외신을 통해 플루토늄을 녹여 사용하는 용융염 기반 차세대 마이크로 원자로 ‘XAMR’의 핵심 연료 제조 공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기존 대형 원전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해결하지 못한 폐기물 처리 문제를 에너지 생산의 기회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변수로 떠올랐다.

알약대신 액체 소금… 핵폐기물 옥죄던 공포를 에너지로


나아레아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 원자로 ‘XAMR’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연료의 물리적 상태다. 기존 원자로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딱딱한 고체(세라믹 펠릿)로 만들어 넣는 것과 달리, XAMR은 이를 염화나트륨(소금) 등과 혼합해 액체 상태로 녹인 용융염을 연료로 쓴다.

이번 실증의 핵심은 산화플루토늄을 액체 염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염화플루토늄으로 변환하는 파이로케미컬(Pyrochimical)’ 공정을 증명한 것이다. 나아레아 기술진은 유럽 내 주요 연구기관과 협업해 그램(g) 단위의 실험적 시연을 마쳤다. 이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플루토늄)를 다시 연료로 투입해 태워버리는 닫힌 연료 주기(Closed Fuel Cycle)’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원자력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핵폐기물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체 연료는 연소율에 한계가 있어 폐기물이 대량 발생하지만, 액체 연료는 지속적인 화학 조절이 가능해 폐기물 속에 남은 에너지를 끝까지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압 작동으로 폭발 위험 원천 차단… 비확산 구조도 합격점


안전성 측면에서도 XAMR은 기존 원전의 상식을 뒤엎는다. 40메가와트(MW)의 전기 출력을 목표로 하는 이 원자로는 저압·고온환경에서 작동한다. 수백 기압의 고압을 견뎌야 하는 경수로와 달리 상압에 가까운 저압에서 가동되므로 기계적 피로도가 낮고, 냉각재 상실에 따른 폭발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특히 액체 연료 자체가 냉각재 역할을 겸하는 구조여서 열전달 효율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다.

핵안보의 핵심인 핵비확산이슈에서도 자유롭다. XAMR의 연료는 액체 염 속에 플루토늄이 화학적으로 강력하게 결합해 있어, 이를 무기급 물질로 분리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나아레아 측은 비확산 기능은 외부의 감시가 아니라 원자로 설계 자체에 녹아 있는 구조적 속성이라며 국제 규범에 최적화된 기술임을 강조했다.

현재 나아레아는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킬로그램(kg) 단위의 대량 생산 체제로 확장하기 위해 전용 시험 시설 구축에 나섰다. 여기서 염 정제 기술과 장기 열 안정성이 최종 검증되면 상업용 프로토타입 제작과 인허가 절차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전기 생산 넘어 수소·산업열까지… 한국 원전 수출에 던지는 시사점


프랑스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자랑을 넘어 원자력 강국으로서의 공급망 주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고속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스타트업의 민첩성과 결합해, 차세대 원전의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XAMR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그 파급력은 전력망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퍼질 전망이다.

우선 그린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다. 탄소 배출 없는 고온의 열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수소와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다.

산업용 공정 열 공급도 할 수 있다. 청정 제조 공정이 필요한 공장부지에 즉시 배치 가능한 분산형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특히, 거대 전력망 연결이 어려운 도서 지역이나 오지 산업 단지에 안정적인 기저 부하를 제공한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모듈화된 대량 생산 방식이 기존 대형 원전의 고질병인 공기 지연재무적 리스크를 동시에 해결할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한국이 주력하는 대형 원전 및 경수형 SMR 수출 시장에서, 폐기물까지 해결하는 프랑스식 용융염 마이크로 원자로는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더 똑똑한 연료 화학과 안전한 시스템 설계가 원자력 발전을 향후 100년의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재가동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번 시도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폐기물 감축이라는 에너지 삼중고를 해결할 실무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에너지 정책과 기업들에도 주목할 기술적 진전이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