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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슬라 ‘2나노 혈맹’ 초읽기…텍사스 ‘테라팹’ 공조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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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슬라 ‘2나노 혈맹’ 초읽기…텍사스 ‘테라팹’ 공조의 막전막후

머스크, 90조 원 직접 투자 대신 ‘삼성 수율 개선’ 투입…파운드리 판도 흔드나
인텔 제치고 삼성 선택한 테슬라의 계산기…AI6 칩 넘어 자율주행 패권 노린 승부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인 ‘테라팹(Terafab)’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40분 거리인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의 ‘초밀착 공조’ 가능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인 ‘테라팹(Terafab)’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40분 거리인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의 ‘초밀착 공조’ 가능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일괄 생산기지인 테라팹(Terafab)’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40분 거리인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의 초밀착 공조가능성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디지타임스(Digitimes)26(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테슬라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독자 제조 방식(Greenfield)에서 선회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고질적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문제를 공동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90조 원의 경제학…머스크, ‘직접 제조보다 삼성 인프라택한 이유


머스크 CEO가 공언한 테라팹프로젝트는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의 결정체다.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컴퓨팅 용량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금은 최소 200억 달러(30조 원)에서 최대 600억 달러(9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력과 별개로 시간이 머스크의 발목을 잡았다. 통상 반도체 팹 건설과 장비 반입에만 3~5년이 소요돼 자력으로는 2029년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440억 달러(66조 원)를 투입해 짓고 있는 테일러 공장은 공정률 90%를 넘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과 이미 확보된 설비를 고려할 때, 머스크가 독자 생존보다는 삼성의 인프라를 테슬라 전용 팹처럼 활용하는 실리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테슬라 엔지니어들을 삼성 공장에 상주시켜 수율 개선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는 삼성전자의 제조 공정 전문성과 테슬라의 하드웨어 최적화 능력을 결합해 양산 병목 현상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인텔의 정치적 족쇄피해 삼성 정조준…2나노 초미세 공정의 승부처


파운드리 재건을 노리는 인텔 대신 삼성이 테슬라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배경에는 실무 중심의 유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비호를 받는 국가대표격이지만, 역설적으로 과도한 정부 감시와 복잡한 내부 조직 문화가 머스크의 공격적인 속도 경영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

반면 삼성 테일러 공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맞춰 공정을 4나노(nm)에서 2나노로 전격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비록 2024년 중반까지 2나노 수율이 10~20% 수준에 머물며 장비 반입이 일시 중단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지난해 머스크가 165억 달러(24조 원) 규모의 ‘AI6’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테슬라가 자본 투자를 통해 삼성의 증실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테일러 2공장(Fab 2)의 설계 단계부터 깊숙이 참여해 사실상의 공동 운영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머스크, 한국 반도체에 독인가 약인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테슬라의 반도체 직접 제조 시도를 두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삼성과의 밀월을 통해 반도체 양산 노하우를 흡수하며 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 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테슬라라는 슈퍼 갑의 개입이 경영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대만 TSMC에 밀려 고전 중인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테슬라의 자금력과 기술력을 등에 업고 2나노 공정을 조기 안정화할 수 있다면, 이는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결정적 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오스틴 테라팹배치는 단순한 공장입지 선정을 넘어, 하드웨어 혁명가 머스크와 제조 거인 삼성이 맺는 반도체 혈맹의 서막이다. 삼성전자가 머스크의 까다로운 수율 기준을 통과해 2나노 양산의 문을 여느냐가 향후 10년 글로벌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