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아이셰어즈 두 펀드 동시 사상 최대 환매…에너지 의존국 집중 공략
트럼프 "2~3주 이란 석기시대로"…종전 기대 산산조각, 코스피·유가 동시 출렁
트럼프 "2~3주 이란 석기시대로"…종전 기대 산산조각, 코스피·유가 동시 출렁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각) 집계·보도한 데이터를 보면, 이는 해당 펀드들이 출시된 이래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이탈 규모다. 불씨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었고, 그 불길은 한 달 만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시장 전반을 뒤흔들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1일(미국 동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 "2~3주 안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종전 기대로 하루 전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는 즉각 급락세로 돌아섰다.
블랙록 ETF 두 곳서 동시에 '역대 최대 환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MSCI 인도 ETF(티커: INDA)'에서 지난달 14억 달러(약 2조 1205억 원)가 환매됐다. 총 운용자산 67억 달러(약 10조 1498억 원) 규모의 이 펀드에서 단월 기준 출범 이래 최대 자금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 70억 달러(약 10조 6043억 원) 규모의 '아이셰어즈 MSCI 대만 ETF(티커: EWT)'에서도 11억 달러(약 1조 6672 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빠져나갔다.
두 나라의 공통분모는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이다. 인도에서는 루피화 가치 급락, 국채 금리 상승, 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인도 대표 주가지수는 지난달 11% 급락해 올해 누적 낙폭이 15%를 웃돌았고, 아시아 주요국 중 최저 성과권에 내몰렸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와 HSBC는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하방 리스크를 이유로 인도 주식 투자의견을 각각 '중립'으로 낮췄다.
대만은 발전용 천연가스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대만 기준 주가지수는 지난달 약 13% 하락하며 2022년 9월 이후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도 ETF에 고객 자산을 운용 중인 유서프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에드 고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통신에 "대만은 기술·반도체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어 일부 소규모 아시아 국가들보다 강점이 있고, 어느 정도 가격 결정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종전 연설' 기대는 산산조각…코스피·유가 동시 충격
아시아 증시는 4월 1일 종전 기대감으로 하루 사이 최대 8% 넘게 폭등하는 등 약 1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반등은 하루도 버티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미 전역에 생중계된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 안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 "이란과의 합의가 가까워졌다"며 종전 기대를 키운 것과 정반대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혹은 군사행동 축소와 관련한 시간표를 기대했던 아시아 증시는 급락하고 유가는 급등했다. 코스피는 3.4%, 코스닥은 3.6% 하락한 채 거래됐으며 닛케이 지수도 1.25% 내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95% 오른 배럴당 104.07달러,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4.51% 뛴 배럴당 105.69달러에 거래됐다.
고어드 CIO는 앞서 블룸버그통신에 "이런 시기에 시장은 헤드라인 하나하나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번 연설은 그 경고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줬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대국민 연설 이후부터는 유가 향방과 미 선물시장 변화를 주시하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10시 이후 분 단위, 틱 단위 시세 변화에 맞춰 빠른 템포로 반응하다 보면 엇박자를 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시장은 공급 차질 장기화와 휴전 기대를 번갈아가며 가격에 반영 중"이라며 "방향성보다 변동성이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한국 산업계 파급 효과
인도·대만 ETF 탈출 사태는 단순한 외국 자본시장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석유 시설이 손쉬운 목표임에도 타격하지 않은 것은 이란의 멸망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석유 시설 타격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고강도 압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번 사태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트럼프 연설 이후 시장의 방향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종전이 가까웠다"는 기대와 "2~3주 추가 강공"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글로벌 자본은 다시 안전자산으로 몸을 숨겼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들은 그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인도·대만에서 시작된 자본 이탈의 불씨는 아시아 전역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시장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