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브릭스 교역, 지난해 첫 1조 달러 돌파…세계 무역 판 바뀐다

글로벌이코노믹

브릭스 교역, 지난해 첫 1조 달러 돌파…세계 무역 판 바뀐다

글로벌 GDP 40% 블록, 달러 결제 절반 자국 통화로 대체 진행 중
대미·대중 수출 동시 감소한 한국, 새 교역 판 어떻게 대응하나
브릭스(BRICS·신흥국 협력체) 회원국 간 교역 규모가 2025년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504조 2000억 원)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브릭스(BRICS·신흥국 협력체) 회원국 간 교역 규모가 2025년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504조 2000억 원)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매체 브라질247(Brasil 247)이 지난 4일(현지시각) TV 브릭스(TV BRICS)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브릭스(BRICS·신흥국 협력체) 회원국 간 교역 규모가 2025년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504조 2000억 원)를 넘어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공세가 역설적으로 11개국으로 몸집을 키운 브릭스의 결속을 단단히 조이면서, 70여 년간 굳어온 미국·유럽 중심 세계 무역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5년 수출 7000억 달러 시대를 연 한국입장에서도 이 변화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응축된 지정학적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 40% 블록 완성…에너지·식량·제조 삼각편대 갖췄다


2026년 현재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원년 멤버에 이집트·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 그리고 올해 1월 인도네시아까지 합류해 총 11개 정회원국 체제를 완성했다.

현재 브릭스는 세계 인구의 약 49.5%,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국제 교역의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TV 브릭스가 공개한 2025년 교역 통계에 따르면 역내 수출 총액은 5조7000억 달러(약 8573조9400억 원)를 웃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UAE의 합류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망이 블록 안으로 들어왔고,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 인도는 정보기술(IT)·제약 분야에서 각각 비중을 키우며 블록의 산업 구성을 다층화했다.

중국은 공산품 수출과 물류·금융 허브 역할을 맡아 사실상 교역망의 동력을 쥐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브릭스 확장에 따른 경제 블록화 가능성' 보고서는 브릭스 회원국이 에너지, 핵심광물, 곡물 시장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또한 브릭스의 역내 협력을 촉진하는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 장벽을 높이는 미국의 행보가 오히려 신흥국들을 서로 더 가깝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없이 거래한다…'브릭스 페이' 2026년 출범 정조준


브릭스 역내 교역 확대의 또 다른 축은 달러를 우회하는 결제 구조 변화다. 2025년 기준으로 브릭스 역내 교역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달러가 아닌 위안화·루피화 등 자국 통화로 결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브릭스 국가들은 2026년까지 회원국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결제 플랫폼 '브릭스 페이(BRICS Pay)' 출범 준비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달러로 환전할 필요를 없애 거래 비용을 줄이고, 국제금융결제망(SWIFT)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달러 패권 교체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 외환보유액의 58~60%를 차지하며, SWIFT 기반 달러 외환시장은 규모와 안전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중국과 인도 간의 역사적 경쟁과 회원국 간 경제 발전 단계 차이도 통화 통합에 상당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브릭스의 탈달러 전략이 단기에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방식이 아닌, 자국 통화 결제 실험을 꾸준히 넓혀가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미·대중 수출 동시 감소한 한국, 브릭스발 재편 어떻게 읽나


브릭스 교역 재편은 한국 수출 지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2025년 한국의 전체 수출은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시장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 수출은 3.8% 감소했고 미국 수출도 5.0% 줄었다. 반면 아세안 수출은 5.5%, 유럽연합(EU) 수출은 3.9% 각각 늘며 감소분을 일부 상쇄했다.

이 구도는 브릭스 교역망 확장과 겹쳐 읽힐 때 더욱 복잡해진다. 브릭스 회원국인 인도·인도네시아·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은 한국의 유망 수출 시장이면서, 동시에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는 브릭스 내에서 기술 수준이 높고 소비 시장이 큰 국가는 사실상 중국과 인도뿐이며, 나머지 국가는 인프라 및 자원 개발 수요가 높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조선·방산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바로 이 인프라 수요와 맞닿아 있다.

다만 위험 신호도 잠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며, 2025년 7월에는 인도와 브라질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했다.

브릭스 주요 회원국과 교역을 유지하는 한국입장에서는 미국의 제재 리스크가 언제든 간접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무역 질서가 미·유럽 축과 브릭스 축으로 뚜렷하게 나뉘어 가는 지금, 브릭스를 단순히 지정학적 경쟁 블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에너지·핵심광물·식량 공급망을 장악해가는 이 블록 안에는 이미 한국의 핵심 교역 파트너들이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브릭스 역내 교역 1조 달러 돌파는 그 흐름이 이제 수치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