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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무덤'서 'ESS 요새'로…SK온, 조지아 22GWh 공장 대수술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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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무덤'서 'ESS 요새'로…SK온, 조지아 22GWh 공장 대수술 단행

1·2공장 통합 운영에 LFP 라인 전환까지, 전기차 편중 탈피 승부수
미 탈중국 규제 수혜 속 올해 ESS 수주 목표 20GWh…실적 변곡점 될까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지금, SK온이 5년 가까이 운영해 온 조지아주 생산거점을 전면 재설계하며 새 판을 짜고 있다. 단순한 공장 효율화가 아니다. EV 일변도 포트폴리오를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전략적 체질 개선이다.

중국 원자재 시장 전문 데이터 기관 SMM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SK온은 오는 6일(현지시각)부터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주 1공장 생산 물량을 2공장으로 이전하는 동시에, 2공장 일부 라인을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22GWh 단독 공장, 한 지붕 아래 새로 짜다


2022년 완공된 SK배터리아메리카는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자리 잡은 SK온의 미국 단독 생산 거점이다. 연 10GWh 규모의 1공장이 그해 1분기 상업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12GWh짜리 2공장도 같은 해 4분기 가동에 들어갔다.

합산 22GWh는 전기차 20만~30만 대에 공급 가능한 배터리 규모다. 이 공장은 현대차 아이오닉 5·9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핵심 라인으로 쓰여 왔다.

이번 재편으로 두 공장은 단일 운영체계 아래 통합된다. 1공장 생산 물량이 2공장으로 흡수되는 것과 함께, 2공장 라인 일부는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EV 배터리 생산에서 LFP 기반 ESS 배터리 전용으로 용도가 바뀐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FP로 화학 계열을 바꾸더라도 파우치 폼팩터가 동일해 설비 전환 비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SK배터리아메리카는 NCM과 LFP를 모두 소화하는 이중 화학계(dual-chemistry) 거점으로 진화하며,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북미에서 두 가지 화학 계열 배터리를 모두 생산하는 사실상 유일한 독자 공장 보유 업체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2조 원 수주 잡고 올해 양산…'탈중국 수혜'까지 정조준


이번 공장 재편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지난해 9월 체결된 SK온 최초의 미국 대형 ESS 계약이었다. 콜로라도주 소재 재생에너지 개발사 플랫아이언 에너지 디벨롭먼트와 맺은 이 계약은 4년에 걸쳐 7.2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약 15억 달러(약 2조2500억 원)에 이른다.

SK온은 올해 10월 조지아 공장에서 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지난해 말부터 생산 라인 전환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수주 파이프라인도 계속 채워지고 있다. 김태의 SK온 ESS 세일즈실장은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올해 ESS 수주 목표 20GWh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며 "미국에서 유틸리티 부문에 이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ESS 고객사 풀도 많이 확보했다"고 말했다.

목표 달성 시 수주 금액은 최소 3조8000억 원에서 최대 5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 중국산 배터리 수입 규제는 이 전략에 날개를 달아주는 요인이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 분석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의 외국우려단체(FEOC) 기준 적합 ESS 셀 생산능력의 80% 이상을 한국 업체들이 차지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역설적으로 K-배터리의 북미 시장 확대를 가속하는 셈이다.

ESS 후발주자의 반격…변곡점은 '가동률'에 달렸다


SK온의 이번 행보는 국내 배터리 3사 경쟁 구도에서도 주목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LFP ESS 양산을 시작하며 시장을 선점한 반면, SK온은 지난해 국내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북미 ESS 배터리 시장이 올해 약 97GWh에서 2030년 179GWh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의 실장은 "그간 ESS와 관련해 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만큼 이번에 제대로 준비했다"며 "일본 ESS 시장 역시 탈중국 수요가 감지되고 있어 진출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전략 전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공장 가동률'을 꼽는다. 한국 EV 배터리 공장의 역사적 평균 가동률이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ESS 전환 라인이 실질 매출로 연결되려면 수주 계약의 현금화 속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조지아 공장이 EV 배터리 공급기지에서 ESS 복합 생산거점으로 탈바꿈하는 '대수술'이 실적 개선의 진짜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올 하반기 LFP 양산 돌입이 첫 시험대가 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