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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웃는 월가·방산… '성장률 3.1%' 쇼크 속 4대 호황 업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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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웃는 월가·방산… '성장률 3.1%' 쇼크 속 4대 호황 업종 분석

IMF,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3.1%로 하향… 호르무즈 봉쇄가 흔든 공급망
금융·방산·AI·재생에너지 분야 '전쟁 특수' 향유… 불확실성이 키운 역설적 성장
이란 전쟁중에도 월가 투자은행과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4대 업종’은 역설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중에도 월가 투자은행과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4대 업종’은 역설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던 글로벌 금융 시장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 경제가 성장이 멈추는 고통을 겪고 있으나 특정 산업군은 오히려 전례 없는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알자지라(Al Jazeera)가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반영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1%로 전격 하향 조정했다.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물류 마비가 전 세계 공급망을 압박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을 수익 기회로 삼는 월가 투자은행과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4대 업종’은 역설적인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변동성 먹고 자라는 월가… 투자은행 수익 29% 급증


전쟁이 가져온 극심한 시장 변동성은 대형 투자은행들에게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 투자자들이 불안감 속에 자산을 급격히 재배치(Repositioning)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월가 대형 은행들이 이번 주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증명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1분기에만 55억 7000만 달러(약 8조 189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실적이 29%나 수직상승 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역시 56억 3000만 달러(약 8조 2777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19%의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는 164억 9000만 달러(약 24조 2304억 원)의 이익을 거두며 13%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변동성 전이(Volatility Spillover) 효과'에 따른 수익 극대화로 분석한다. 암호화폐 기반 예측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 또한 전쟁 양상에 대한 베팅이 몰리며 이달 들어서만 2100만 달러(약 308억 원)가 넘는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등 예측 시장도 유례없는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군비 경쟁과 AI의 결합… 대만 반도체 수출 61.8% 폭발


글로벌 안보 위기는 전 세계적인 국방 예산 증액과 첨단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 IMF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의 절반가량이 국방비를 늘렸으며, 특히 나토(NATO) 국가들은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은 첨단 기술과 반도체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피지컬 AI'와 정밀 무기 체계 수요가 반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만은 지난달 수출액 802억 달러(약 117조 8057억 원)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61.8%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1분기 순이익이 5728억 대만달러(약 26조 6867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58% 급성장했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무기 체계 현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기술 패권을 쥔 기업들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안보가 부른 역설… 친환경 전환 지수 70% 급등


역설적으로 이란 전쟁은 화석 연료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코로나19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2020년대 세 번째 '에너지 쇼크'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의 80~90%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인도, 태국, 베트남 등 각국 정부는 태양광 패널 세제 혜택과 원전 재가동 등 비상 대책을 쏟아내며 에너지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닉 마로(Nick Marro) EIU 수석 분석가는 "전쟁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는 각국 정부의 의지를 자극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가속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S&P 글로벌 클린 에너지 전환 지수'는 1년 전보다 70.92% 폭등하며 시장의 자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이란 전쟁이라는 거대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 월가와 방산, AI 분야의 성장은 위기 속에서도 자본은 가장 효율적인 수익처를 찾아 이동한다는 시장의 냉혹한 원리를 증명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전쟁 특수'가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붕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변동성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실물 경제의 침체가 결국 금융 수익마저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세계 경제에 '에너지 안보'와 '기술 패권'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던졌으며, 이를 선점하는 업종만이 2.5% 성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속에서도 생존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