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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레이스, 중국이 세계 최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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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레이스, 중국이 세계 최초 선언

GAC 계열사, 에너지밀도 500Wh/㎏ 시제품 공개…2026년 말 GWh 양산 목표
삼성SDI 2027년 하반기·토요타 2027~2028년…中 속도전에 판도 흔들리나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Greater Bay Technology)가 2026년 말 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그레이트베이데크놀리지이미지 확대보기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Greater Bay Technology)가 2026년 말 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그레이트베이데크놀리지
전기차 화재 공포를 끝낼 '꿈의 배터리'로 10년 넘게 불려온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레이스에서 예상 밖의 신흥 주자가 세계 최초를 선점하겠다고 나섰다.

삼성SDI, 토요타 같은 업계 강자들이 2027년을 목표로 내실을 다지는 사이, 중국 완성차 그룹 계열 배터리 기업이 올 말 양산이라는 도발적인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그룹)의 첨단기술 자회사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Greater Bay Technology)가 에너지 밀도 260~500Wh/㎏의 완전 전고체 배터리 A샘플(초기 시제품) 셀 생산을 완료하고, 2026년 말 기가와트시(GWh) 규모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전고체 배터리를 실제 판매 차량에 올린 세계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황화물도 산화물도 아닌 제3의 길"…독자 복합 전해질 전략


전고체 배터리 개발 경쟁은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할라이드계 등 네 갈래 전해질 방식을 둘러싼 싸움이다. 그러나 이들 방식은 이온 이동 속도가 느리고 내부 저항이 높으며 대량 생산이 까다롭다는 구조적 한계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는 이 구도를 흔들기 위해 유기·무기 소재를 혼합한 독자 기술을 꺼내 들었다. '심층 공융 복합(DEC·Deep Eutectic Composite)' 전해질이다.

SDE 방식 경화 심층 공융체, CFS 역페로브스카이트 소재, 네마틱 나노한정 기술 등 세 가지 공법을 결합한 구조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지정한 국가 핵심 프로젝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A샘플 초기 시험에서 이 셀은 못 관통과 급격한 온도 변화 환경에서 발화하지 않는 불연성을 입증했다. 2~3C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수명 특성도 현재 시판 리튬이온 배터리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안전성·에너지 밀도·충전 속도, 전고체 배터리의 3대 난제를 동시에 잡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독자 전해질 배합부터 셀 제조 공정까지 50건 넘는 특허도 출원했다.

삼성SDI는 '로봇 시장 공략'…중국과의 속도전 구도 형성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토요타가 2027~2028년 전고체 탑재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것과 비교해 앞선 일정을 제시한 상태다.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가 2026년 말 양산을 실현한다면, 이들보다 최소 반년에서 1년 앞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는 셈이 된다.

주목할 점은 삼성SDI가 최근 전고체 배터리의 첫 적용처를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선회했다는 사실이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전고체 배터리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전기차 등에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급부상한 피지컬 AI 시장에 먼저 파고들어 실적 기반을 다진 뒤 전기차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도 GAC그룹 고급 전기차 브랜드 하이텍(Hyptec) 모델을 첫 탑재처로 지목했다. 중국 자동차배터리혁신연합(CABIA)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3월 0.21GWh의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해 시장점유율 0.37%로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15위에 올랐다.

닝더스다이(CATL)나 비야디(BYD)와 비교하면 아직 소규모지만, 전고체 기술 상용화를 앞세워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진짜 관문은 원가와 수율…"샘플과 양산 사이의 거리"


기술 발표와 양산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전고체 배터리 업계 전체가 10년 넘게 씨름해 온 숙제다.

셜리 멍 시카고대 교수는 "자동차는 가격에 매우 민감하고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첫 세대는 당분간 마진이 높은 드론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고급 시장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가 문제는 숫자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황화리튬이 킬로그램당 250달러(약 36만6120원) 기준으로 1킬로와트시에 필요한 고체 전해질 원재료는 액체 전해질 원재료보다 약 50~60배 비싸다"며 "소재 가격은 양산 체제 구축으로 10~20배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샘플은 설계 개념이 물리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첫 확인하는 단계다. 여기서 차량 통합 시험, 장기 내구 검증, 수율 안정화라는 세 계단을 더 올라야 비로소 소비자 손에 닿는 제품이 나온다.

올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과 모듈 목업을 처음 공개했으며,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브랜드 '솔리드스택(Solid Stack)'을 내놓으며 상용화 전략을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레이스는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에서 '누가 실제로 도로 위에 올리느냐'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가 올 말 GWh 라인을 실제로 가동하는지, 그 여부가 전고체 주도권 판도를 가르는 첫 번째 분기점이 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