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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핵분열 원자로 2030년 발사…미국, 20㎾급 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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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핵분열 원자로 2030년 발사…미국, 20㎾급 개발 착수

백악관 우주핵 전력 이니셔티브 공개…2028년 화성행 핵추진 SR-1 프리덤이 선행 실증
러·중도 2030년대 달 핵기지 추진…60년 만의 우주 핵추진 패권 경쟁 본격화
미국은 달에 핵분열 원자로를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착수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은 달에 핵분열 원자로를 건설하는 프로그램을 착수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1조1605억 원을 우주 개발에 쏟아붓는 동안, 미국은 한발 더 앞서 달에 핵분열 원자로를 꽂겠다는 청사진을 꺼내 들었다.

태양광 패널이 무용지물이 되는 달 극지방 영구 음영 지역, 섭씨 영하 200도의 환경에서도 수년간 꺼지지 않을 전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에이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 스페이스뉴스(SpaceNews), 스페이스폴리시온라인(SpacePolicyOnline) 등 복수의 항공우주 전문 매체가 지난 14~15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이 '미국 우주핵전력 국가 이니셔티브(National Initiative for American Space Nuclear Power)'를 공개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 30일 이내에 개발 프로그램 착수를 지시했다.

20㎾급 달 원자로 2030년 발사…설계 요건 이미 확정


이번 이니셔티브의 핵심 설계 요건은 구체적이고 수치가 명확하다. 개발할 중출력 원자로는 달 궤도에서 최소 3년, 달 표면에서 최소 5년간 20㎾e 이상을 공급해야 하며, 1년 안에 최대 2개 설계안으로 압축하는 일정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 비용·일정 리스크가 낮을 경우 1㎾e급 저출력 원자로도 병행 개발하되, 장기적으로는 적어도 하나의 설계안이 100㎾e 이상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확장성 요건도 명시됐다.

NASA가 달 원자로의 '길잡이 실증' 역할을 맡긴 것은 2028년 말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선 SR-1 프리덤(Space Reactor-1 Freedom)이다.

NASA는 2028년 말 이전에 역사상 최초의 핵추진 행성간 우주선인 SR-1 프리덤을 화성으로 발사해 심우주에서 핵전기 추진 기술을 실증한다.

NASA 아이잭맨 NASA 국장은 "수십 년간의 연구와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쏟아붓고도 지구를 떠나지 못했던 핵전력 기술을 이제 본궤도에 올린다"고 밝혔다.

SR-1 프리덤의 설계 방식도 눈길을 끈다. 20㎾ 이상의 핵분열 원자로가 생산한 열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제논 이온 추진기를 작동시키는 핵전기 추진(NEP) 방식을 채택한다.

이미 제작이 완료된 달 관문(Gateway) 우주정거장용 전력추진요소(PPE)를 우주선 본체로 재활용하는데, NASA 핵분열 전력 프로그램 담당 스티브 시나코어(Steve Sinacore) 프로그램 총괄은 "PPE가 없었다면 이 일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에 도착한 SR-1 프리덤은 '스카이폴(Skyfall)'이라는 소형 헬리콥터 3대를 화성 표면에 내려놓는다. 미래 유인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고 지하 수빙(水氷) 분포를 지도화하는 임무다.

NASA와 에너지부(DOE)는 올해 초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달 표면용 핵분열 원자로를 공동 개발·연료 공급·인허가·발사 준비까지 일괄 추진하기로 했다. NASA 두 기관의 50년 넘는 핵기술·우주 협력의 산물이다.

1965년 이후 처음…왜 지금 핵인가


미국이 우주에서 핵 원자로를 가동한 것은 1965년 4월 스냅(SNAP)-10A 위성이 마지막이다. 60년 넘는 공백을 깨는 배경에는 달과 화성 탐사의 에너지 한계라는 현실적 벽이 있다.

핵분열 전력은 태양광이나 달의 밤 주기, 극한 온도 등 환경 조건과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며, 재급유 없이 수년간 운용할 수 있어 서식지·과학 탑재체·자원 활용 시설을 가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기술 개발의 뒤안길도 짚어볼 만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NASA는 10㎾급 원자로를 2026년 말까지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목표 출력이 40㎾로 높아지고 일정은 '이 10년 안'으로 미뤄졌으며,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 민간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번 이니셔티브는 그 연장선이지만 NASA 내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상업 우주기업 주도 경쟁 체제로 전환한 점이 다르다.

백악관 OSTP 마이클 크라치오스(Michael Kratsios) 실장은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우주에서의 핵전력은 달과 화성, 그 너머에서 로봇과 인간이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데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 우위 확보'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러·중과의 패권 경쟁…한국 달 탐사 전략에도 파장


이 경쟁은 탐사 목적만이 아니다. 우주 핵분열 전력은 "어디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생존하며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근본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2030년대 달 핵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UAH 추진 로켓 과학자 제이슨 캐시브리(Jason Cassibry)는 "미국이 최초로 우주 핵추진 기술을 실현하는 것은 분명히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한국 우주 개발 지형과도 맞닿는 대목이다. 한국은 2022년 달 탐사선 다누리를 발사해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현재 우주항공청 주도로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준비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김현정 교수는 "다누리의 달 탐사와 장기간 우주 관측 성공으로 한국은 심우주 연구 역량을 증명했으며, 이제 독자적인 착륙·탐사 역량 확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달 표면 핵전력 표준을 선점해 나갈수록, 2040년대 달 경제기지 구축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 중인 한국의 기술·협력 선택지도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캐시브리는 2028년 12월 발사 일정에 대해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정이 아니다. 하지만 NASA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 즉 빠르게 움직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접근법을 취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규제 리스크 외에 예산 변수도 남아 있다. OSTP 메모는 "단계별 목표의 성공적 달성을 전제로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방사성 물질을 탑재한 발사체의 안전 인허가 절차가 2028~2030년 일정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