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심우주 비행·달 뒷면 최초 육안 관측…나사 "달 착륙 복귀 선언"
한국 K-라드큐브 교신 실패, 삼성·SK 반도체 우주 검증 기회 날려
한국 K-라드큐브 교신 실패, 삼성·SK 반도체 우주 검증 기회 날려
이미지 확대보기반세기 넘게 닫혀 있던 심(深)우주로 가는 문이 다시 열렸다. 인류는 과연 달에 다시 발을 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찾는 첫 유인 비행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마침표를 찍었다.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의 오리온 캡슐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오후 8시 7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태평양 해상에 착수했다고 나사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된 지 꼭 열흘 만의 귀환이었다. 4명의 우주인은 총 111만 7,515㎞를 비행하며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에 달 궤도를 다녀온 인류가 됐다.
귀환 자체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리온은 대기권 진입 순간 시속 4만 234㎞, 마하 33의 속도로 하강했다. 외부는 섭씨 2,760도 이상의 초고온에 노출됐고, 6분간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우주인들은 자기 몸무게의 3.5~4배에 달하는 중력을 견뎌야 했다. First News 아르테미스 1호(2022년 무인 비행) 귀환 때 오리온 열 차폐막에 균열이 발생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차폐막 설계와 대기권 진입 경로를 모두 바꿨다.
나사는 착수 직후 "임무 완수"를 공식 선언했고, 재러드 아이잭먼 나사 국장은 "미국이 우주비행사를 달로 보내는 일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착수 다음 날인 12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휴스턴 엘링턴 공군기지에서 열린 귀환 행사에서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은 "이 임무는 쉽지 않았다.
이번 비행에서 우주인들은 지구로부터 최대 40만 6,771㎞까지 벗어나 1970년 아폴로 13호가 갖고 있던 심우주 비행 최장 거리 기록을 경신했다. 달 뒷면을 인간의 눈으로 직접 관측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흐는 달 뒤편에서 바라본 지구를 이렇게 표현했다. "주변을 가득 메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지구가 조용히 떠 있었다.
마치 우주에 홀로 떠 있는 구명보트 같았다." 나사는 달 뒤편에서 촬영된 '지구낙(地球落·Earthset)' 사진도 공개했는데, 이는 1968년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Earthrise)' 사진에 버금가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삼성·SK 반도체 태운 K-라드큐브…교신 실패로 과제 남겨
아르테미스 2호의 성공 뒤에는 한국의 야심도 함께 실려 있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우주 방사선 관측 큐브위성 K-라드큐브는 발사 당일 고도 약 4만㎞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국내 개발 탑재체가 나사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K-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가 함께 실렸다. 강력한 방사선으로 반도체 오류가 빈번한 우주 공간에서 국산 부품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은 초기 교신 시도 중 일부 구간에서 신호를 수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상적인 관측 데이터 교신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정지궤도를 넘어 신호를 수신한 국내 첫 사례"라면서도 "관측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교신 실패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한국 우주 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국산 소자가 심우주 환경에서 신뢰성을 입증했다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뉴스페이스 시장에서 국산 부품 채택 비중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검증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2028년 달 착륙, '달 남극 기지'를 향한 레이스
아르테미스 2호의 귀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나사는 오는 2028년 달 착륙 및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후속 임무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아르테미스 3호(2026년 목표)는 새 승무원이 지구 궤도에서 달 착륙선과의 도킹을 연습하는 임무다. 이어 아르테미스 4호에서 우주인 2명이 달 남극 근방에 실제로 발을 딛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무는 우주발사시스템(SLS)의 두 번째 비행이자 오리온 우주선의 첫 유인 비행이기도 했다. 글로버는 유색인종 최초, 코흐는 여성 최초, 핸슨은 비미국인 최초로 지구 저궤도 밖 심우주를 비행한 우주인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와이즈먼은 귀환 행사 말미에 파란 비행복을 입은 동료 우주인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다음은 여러분이다.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한 발 한 발 여러분을 지지할 것이다."
달 남극을 향한 인류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사의 2028년 착륙 목표가 실현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주 탐험이 아니라 달 자원 개발과 유인 화성 탐사로 이어지는 새 우주 시대의 출발점이 된다.
아르테미스 2호가 가져온 기술 데이터와 인간의 증언이 그날 착륙선에 탑승할 우주인의 생명줄이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