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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에너지 쇼크… 中 제조업 ‘해외 확장’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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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發 에너지 쇼크… 中 제조업 ‘해외 확장’ 속도 조절

베트남·태국 등 전력 부족에 생산 비용 급증… 기업들 ‘단기 전략’ 전면 재고
전기차·에너지 저장 시장은 ‘반사 이익’ 기대… 서구권의 견제 장벽은 더 높아져
지난 3월 싱가포르 쇼핑센터에 전시된 BYD 차량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월 싱가포르 쇼핑센터에 전시된 BYD 차량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고유가와 에너지 공급망 혼란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거침없던 중국 제조업의 해외 진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생산 단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중국 기업들은 장기적인 글로벌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인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란 전쟁 이후 변화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과 직면한 도전 과제들을 심층 분석했다.

◇ “베트남이 광둥성보다 비싸다”… 에너지 위기에 멈춰 선 공장들


중국 제조업체들이 ‘탈중국’의 대안으로 선택했던 동남아시아 지역이 전쟁 여파로 인한 전력난에 시달리며 투자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

베트남에 장난감 공장을 세우려던 한 기업가는 "전쟁 전 계획대로라면 확장을 고려했겠지만, 현재 베트남의 생산 단가는 개당 9위안으로 중국 광둥성(6위안)보다 50%나 비싸졌다"며 계획 보류를 선언했다.

국가 석유 비축량이 7일분에 불과했던 베트남 등은 에너지 가격 폭등과 전력 부족으로 인해 화학, 정밀 제조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군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과 수요 감소로 인해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 이전 및 투자 규모가 작년보다 크게 둔화하거나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IMF의 경고…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와 경기 침체 위험”


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IMF는 올해 글로벌 성장 전망치를 지난 1월 예상보다 0.2%포인트 낮은 3.1%로 수정했다.

에너지 시장 혼란이 내년까지 지속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2%대로 떨어지고,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은 6%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 경제학자는 "전쟁 이후 세계 경제 전망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며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제조 수요 감소를 우려했다.

◇ 위기 속의 기회… ‘전기차’와 ‘재생 에너지’는 오히려 호재


역설적으로 화석 연료 가격의 급등은 전기차(EV)와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란 전쟁 시작 이후 영국에서는 전기차 임대 문의가 36%, 독일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는 문의가 66%나 증가했다.

중국자동차제조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130% 증가한 37만 대를 기록했다. 비야디(BYD)는 올해 수출 목표를 최대 150만 대로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가 에너지 지원 예산을 2030년까지 100억 유로로 증액하는 등 유럽 국가들이 전기화와 재생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 갈수록 높아지는 서구권의 ‘보호무역’ 장벽


중국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기회를 잡으려 하지만, 서구 정부들의 견제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중국 풍력 터빈 대기업 밍양(Mingyang)의 스코틀랜드 공장 건설 계획을 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저지하고, 대신 덴마크 기업인 베스타스(Vestas)의 손을 들어줬다.

유럽연합(EU)은 자금이 투입되는 청정기술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인버터 등 핵심 부품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승인하며 공급망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있다.

◇ 한국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


중국 기업들이 에너지 비용 문제로 동남아 확장을 멈칫하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현지 에너지 자립(태양광+ESS 등)을 결합한 스마트 공장 솔루션으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서구권의 중국 견제가 심화되는 틈을 타 국내 풍력, 태양광, 전기차 부품 업체들이 유럽 시장의 공백을 메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란 전쟁발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가전이나 IT 기기 등 내구재 소비가 가장 먼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재고 관리 및 마케팅 비용 최적화가 시급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