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혁명수비대, 전쟁 8주 만에 첫 화물선 나포… 해협 통항 선박 '하루 단 1척'으로 급감
미 해군 봉쇄에 '해상 맞불' 이란… 원유 수입 95% 해협 의존 한국 에너지 충격 직면
미 해군 봉쇄에 '해상 맞불' 이란… 원유 수입 95% 해협 의존 한국 에너지 충격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브렌트유는 배럴당 101달러(약 14만9580원)를 재돌파했고, 협상 재개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글로벌 물류·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과 로이터 통신의 23일(현지 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리베리아 국적 화물선 에파미논다스와 파나마 국적 컨테이너선 MSC 프란체스카를 나포해 이란 해안으로 강제 이송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이 외국 상선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현재 국제 원유 기준 가격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1.38달러(약 15만 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22달러(약 13만2150원)에 거래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단기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2분기에 배럴당 115달러(약 17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란, 나포로 '해상 주권' 선언…미 봉쇄에 정면 맞불
이번 나포의 직접적 배경은 미국의 이란 항구 해상 봉쇄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수석 협상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노골적인 휴전 위반인 해상 봉쇄가 유지되는 한 해협 재개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이번 나포를 미국의 이란 선박 억류에 대한 응보 조치로 공식 규정했다.
혁명수비대는 두 선박이 허가 없이 운항하고 항법장치를 조작했다고 나포 이유를 밝혔다. 그리스 외무부는 자국 소유인 에파미논다스가 오만 북서쪽 약 37㎞ 해상에서 포격을 받아 선교(船橋)가 손상됐음을 확인했다.
세 번째 컨테이너선도 같은 해역에서 공격을 받았으나 피해 없이 항해를 재개했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질서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23일 현재까지 해상 봉쇄 작전의 일환으로 총 31척의 선박을 되돌려 보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유조선이었다고 밝혔다.
봉쇄 작전에는 미군 병력 1만여 명, 군함 17척, 항공기 100여 대가 투입됐다. 로이터 통신은 미군이 인도·말레이시아·스리랑카 인근 아시아 해역에서 이란 국적 유조선 최소 3척을 추가 차단·우회시켰다고 미국·인도 해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 이란 지도부가 통합된 협상안을 마련할 때까지 무기한 휴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협상 재개 시한도 전쟁 종료 시한도 없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 봉쇄 현황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하루 5억 달러(약 7407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 백악관 측의 설명이다.
유가 100달러 재돌파…한국 에너지 구조 직격탄 우려
알자지라의 23일 집계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이란에서 약 3375명, 레바논에서 2294명이 숨지고 걸프 지역에서도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태 장기화로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산이고, 중동산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산업연구원은 "전쟁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률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60달러로 가정하고 1.9% 성장을 전망했는데, 유가가 이를 크게 웃돌고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 위축까지 이어져 성장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은 평시보다 약 80% 줄었고,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운임도 한 달 반 사이 약 3.3배 올랐다.
석유화학 업계가 공정 원료로 쓰는 나프타 도입량 가운데 54%가 이 해협을 경유하는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공정 가동을 멈추는 '셧다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해협 통항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40달러(약 20만736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배럴당 140달러 돌파 시 세계경제가 사실상 성장을 멈추는 '임계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장 파티흐 비롤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가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위기"라고 밝혔다.
이란은 봉쇄 해제를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미국은 봉쇄 유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두 달째 접어든 전쟁이 외교와 해상 두 전선에서 교착 국면을 이어가는 가운데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재개되면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분쟁 지속 기간에 따라 전망치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폭 33㎞의 이 수로가 언제 정상화될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