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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헝가리 공장, '강제노동' 의혹 일파만파... 유럽의회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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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헝가리 공장, '강제노동' 의혹 일파만파... 유럽의회 조사 착수

유럽의회, BYD 헝가리 공장 건설 현장 노동 착취 의혹 공식 제기… 보조금 조사 이어 인권 문제 정조준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시행 앞둔 EU, 중국 기업 '노동 인권' 잣대 강화로 시장 진입 장벽 현실화
BYD ATTO 3 순수 전기차가 부다페스트 택시 운행에 투입되었다. 사진=BYD 헝가리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BYD ATTO 3 순수 전기차가 부다페스트 택시 운행에 투입되었다. 사진=BYD 헝가리 홈페이지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부상한 중국 BYD가 유럽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인 헝가리 공장에서 심각한 노동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의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뉴욕 기반 인권 감시단체 '중국 노동 감시(China Labor Watch, 이하 CLW)'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유럽 의회 의원들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공식 조사를 요청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중국 완성차 기업이 유럽 내 생산 거점에서 노동 문제로 정조준을 받은 첫 사례다.

주 7일·12시간 노동 강요... 브라질 '노예 노동' 연루 업체 또 참여


CLW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헝가리 세게드(Szeged)에 건설 중인 BYD 공장 현장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강제노동'에 가까운 가혹한 근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CLW 조사팀이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현장을 방문해 노동자 5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건설 인력들은 주 7일 근무와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주당 최대 48시간을 제한하는 헝가리 노동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수치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는 BYD의 협력사인 '진장 건설 그룹(Jinjiang Construction Group)'의 자회사가 있다. 이 업체는 2024년 브라질 BYD 공장 건설 당시에도 노동자들에게 노예와 다름없는 처우를 강요해 현지 노동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기업이다.

BYD는 당시 해당 업체와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으나, 헝가리 법인 기록 확인 결과 'AIM 컨스트럭션 헝가리'라는 이름으로 세탁하여 여전히 BYD의 핵심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CLW는 업체들이 노동자들의 여권을 갈취하거나 귀국 비용을 볼모로 잡는 등 금융적 수단을 동원해 인력을 묶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중국 전기차 때리기' 가속화... 관세 넘어 인권 규제로 확산


이번 사태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하며 관세를 인상하는 등 무역 장벽을 높이는 시점과 맞물려 있어 파급력이 더 크다.

유럽의회 소속 의원 3명은 이달 초 유럽 집행위원회에 서면 질의를 보내 헝가리 내 중국 자본의 노동법 준수 여부를 엄격히 감시할 것을 촉구했다.

EU는 최근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을 확정한 바 있어, BYD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천문학적인 벌금은 물론 유럽 시장 판매 제한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BYD의 유럽 생산 일정에 차질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BYD는 2026년 1월부터 헝가리 공장에서 '돌핀 서프' 모델의 본격 양산을 계획했으나, 가혹한 노동 환경에 대한 비판과 현지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헝가리 국가구급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이후 현장에서 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총 12차례의 응급 출동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안전 관리 부실 문제까지 부상했다.

시장 점유율 급등 속 'ESG 장벽' 직면... K-배터리 공급망 관리 시급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의 이른바 '속도전'식 해외 확장 전략이 서구권의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과 충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가성비를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늘려온 중국 브랜드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으며, 올해 해외 시장에서 100만 대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인권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 내 중국산 차량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BYD의 올해 초 유럽 등록 대수는 2만 9291대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하며 시장 점유율 1.8%를 확보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유럽 내 생산 기지를 이미 확보하고 노동법을 준수해온 한국 기업들에게는 반사 이익을 가져다줄 기회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 기업들도 강화되는 EU의 실사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의 노동 환경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