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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관세 25% 폭탄에 '3000만 원대 저가 차'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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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관세 25% 폭탄에 '3000만 원대 저가 차' 퇴출 위기

현대차·토요타 등 USMCA 재협상 앞두고 수익성 악화에 백기 투항 가능성 경고
미국 내 신차 평균 5만 달러 육박... 고 관세 장벽에 서민용 소형차 공급망 붕괴 우려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에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 시장 내 저가형 모델 철수를 검토하며 배수진을 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현지시각),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닛산 등 주요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USMCA가 약화하거나 관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최저가 모델들을 시장에서 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 후 단행한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 조치와 올해 7월로 예정된 USMCA 이행 검토를 앞두고, 제조 원가 압박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호무역 장벽에 가로막힌 '서민의 발'… 2만 달러대 신차 실종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약 4만8841달러(약 7206만 원)로, 5만 달러에 육박하며 서민층의 신차 구매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에드먼즈(Edmunds)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저가형 모델 10개 중 8개가 외국계 브랜드 제품이다.

대표적인 저가 모델인 멕시코산 닛산 센트라(출고가 2만4385달러·약 3596만 원)와 한국에서 수출되는 현대차 베뉴(출고가 2만2150달러·약 3267만 원) 등이 직접적인 타격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적격 차량이라 하더라도 미국산 부품 비중이 낮으면 비(非)미국산 콘텐츠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대당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수익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 무역단체 '오토스 드라이브 아메리카'의 제니퍼 사파비안 회장은 "삼각 무역 체제인 USMCA의 안정성과 규모의 경제 없이는 미국 소비자에게 저렴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역할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닛산 미주 법인의 크리스티안 뫼니에 회장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관세가 서민용 자동차 시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리쇼어링' 압박하는 백악관과 투자 철회 배수진 친 제조사

백악관은 제조사들의 소형차 철수 경고에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국민에게 차를 팔고 싶다면 제조 시설을 미국으로 옮겨야(리쇼어링) 한다"라며 "정부는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으로 이 과정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조사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토요타의 데이비드 크리스트 미국 판매 총괄은 "관세 부과 이후 북미 사업에서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라며 "미국 공장에 100억 달러(약 14조754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지만, 무역 환경이 안정되기 전까지 20억~30억 달러(약 2조9508억~4조4262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1일 USMCA 공동 검토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부품 배제 요건을 더욱 강화하고 미국 내 생산 비중 상향을 강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혼다 측은 주력 모델인 시빅의 판매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면 저가 차의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 안정 내건 행정부의 '역설'… 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전문가들은 저가 차 퇴출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공약인 '생활비 절감'과 배치된다고 경고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 관계자는 "무관세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라며 "이제는 관세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협상의 본질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현대차 베뉴나 기아 리오 등 한국 및 멕시코산 소형 모델들의 미국 내 가격이 급등하거나 아예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 문제를 넘어 미국 내 자동차 소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