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2000억 달러 흑자 뒤 숨은 왜곡… 미국 관세 피하려 '지표 부풀리기' 의혹
3월 수출 급락은 '데이터 보정' 신호… 우리 기업, 공급 과잉 리스크 선제 대응해야
3월 수출 급락은 '데이터 보정' 신호… 우리 기업, 공급 과잉 리스크 선제 대응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에포크타임스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최근 무역 지표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수출은 2025년 내내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 1~2월까지 그 기세를 이어갔으나, 3월 들어 갑작스럽고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서 잃은 20%, 신흥국서 메꿨다?… 앞뒤 안 맞는 '수출 롤러코스터'
베이징 통계 당국이 발표한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중국 무역은 그야말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대미 수출은 약 20% 급감했다. 하지만 중국은 유럽연합(EU) 수출 8.4%,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3.4%, 아프리카 25.8% 증가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내밀며 이를 상쇄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중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 6.6% 증가, 무역 흑자 규모 약 1조 2000억 달러(약 1772조 원)라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초에도 이어졌다. 1~2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드는 와중에도 EU 수출은 28%, 남미 수출은 16% 폭증하며 전체 수출을 22%나 끌어올렸다는 것이 중국 측 발표다.
문제는 3월이다. 지난 두 달간 22%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은 3월 들어 2.5%로 수직 낙하했다. 무역 흑자 역시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경제 전문가는 "수출 계약은 대개 장기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달 만에 지표가 이 정도로 반전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지표 자체가 실제 물리적인 흐름과 괴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쟁 탓인가 통계 조작인가… 전문가들 "정치적 하향 조정 가능성"
일각에서는 중동 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 차질을 원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에너지 공급망 붕괴는 수입 지표에 즉각 반영되지만, 3월 수출 물량은 이미 전쟁 전 출항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쟁 영향이 실질적으로 반영된다면 4월 지표에서 나타나야 정상이다.
이에 베이징이 통계 수치를 정치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정책 등 무역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 경제는 건재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지표를 부풀렸고, 실제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지자 3월 데이터에 이를 뒤늦게 반영하며 '하향 조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소수점까지 일치하는 5%를 기록했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똑같이 산출되는 것은 통계학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다.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외신과 민간 분석 기관들이 베이징의 공식 발표 대신 전력 사용량이나 위성 사진을 통한 공장 가동률을 따로 집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중국발 리스크' 체크리스트 3
중국의 불투명한 통계는 단순한 '숫자 놀음'을 넘어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수출 지표가 왜곡되면 글로벌 시장 내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실제 재고량과 공급 과잉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이 향후 중국 무역 데이터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주요 항구 컨테이너 물동량이다. 국가통계국의 금액 기준 발표 대신, 상하이·닝보-저우산 항구의 실제 컨테이너 처리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교역 상대국의 역수입 데이터이다. 중국이 발표한 수출액과 미국·EU 등 주요 교역국이 발표한 대중 수입액 사이의 격차(Mirror Trade Gap)를 분석해야 한다.
셋째, 한국산 중간재 대중 수출액이다.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실적과 중국의 완제품 수출 지표가 정비례하는지 점검함으로써 중국 제조업의 실제 가동 수준을 가늠해야 한다.
물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하반기 지표를 개선할 여지는 남아 있다. 하지만 베이징의 통계가 정치를 대변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금, 보이지 않는 중국의 '공급 과잉 폭탄'이 언제 우리 산업계로 날아올지 모른다는 경계심이 필요하다. 숫자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