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무부 "반도체 공급망 교란" 맹비난… 통상 전문 변호사들은 "기존 규제 재확인" 평가
美 산업안보국, 마카오·중국 본사 둔 해외 법인도 첨단 칩 구매 시 라이선스 의무화 지침 발효
알리바바 등 동남아 데이터센터 통한 우회 타격… 엔비디아 H200 등 첨단 실리콘 독점 심화
美 산업안보국, 마카오·중국 본사 둔 해외 법인도 첨단 칩 구매 시 라이선스 의무화 지침 발효
알리바바 등 동남아 데이터센터 통한 우회 타격… 엔비디아 H200 등 첨단 실리콘 독점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를 두고 거칠게 반발했으나, 통상 전문 변호사들과 정통한 업계 소식통들은 새로운 무역 규제의 신설이라기보다는 기존 법안의 구멍을 꼼꼼하게 메우는 ‘명확화’ 조치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이번 첨단 AI 칩 수출 통제 지침 발표에 대해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며 강력한 톤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파장과 법적 구속력의 범위는 지정학적 외교 설전이 시사하는 것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BIS, 중국계 해외 법인에 돋보기… "소유 구조뿐만 아니라 경영지도 평가"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 된 미국 산업안보국(BIS)의 지침은 지난 5월 31일 전격 발표됐다. 지침의 핵심은 중국 본토나 마카오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 또는 그 모회사가 중국 영토 밖의 제3국에서 법인을 운영하더라도, 엔비디아(Nvidia) 등 미국의 첨단 컴퓨팅 제품을 수출·입수할 때는 반드시 미국 정부의 사전 라이선스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최상위 실리콘 제품군에 대한 본토 직접 수입 경로가 완전히 차단되자, 중국 빅테크와 AI 스타트업들은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조달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해외 데이터센터로 대거 안테나를 돌려왔다.
실제로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은 동남아 현지 데이터센터에 인프라를 구축해 엔비디아의 핵심 칩에 접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킹앤우드의 수출 통제 전문 다이 멍하오 변호사는 "이번 BIS 지침은 완전히 새로운 의무 명령이 아니라, 이미 2023년 11월에 도입되었던 기존 규정의 집행 범위를 명확히 재확인한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는 기존 미국 법제 하에서도 첨단 AI 칩을 자유롭게 매입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금지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 새로운 가로막을 친 것이 아니라 "해외 자회사를 꼼수로 활용하더라도 기존의 규제 장벽을 우회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다이 변호사는 특히 "해당 기업이 중국에 본사를 둔 것으로 간주되는지의 여부는 단순히 지분이나 소유 구조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 및 사업 결정이 어느 영토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다각도로 평가된다"고 설명해 향후 복잡한 지배 구조를 가진 기업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임을 시사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불법 유출 원천 차단… 클라우드 우회 등 잔여 허점 지적도
미국의 전직 안보 관료들과 테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지침을 통해 그동안 지속되던 회색지대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 맥과이어 전 미국 국무부 관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존 BIS의 비집행적 스탠스 탓에 중국 기업의 일부 해외 지사들이 라이선스 없이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을 수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이번 최신 지침은 이러한 우회 선적 행위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베칼 테크놀로지스(Gavekal Technologies) 등 글로벌 투자조사기관들은 지침이 엄격하게 집행되더라도 여전히 잔여 허점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중국 AI 기업들이 비중국계 외국 기업이 제공하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제한적인 컴퓨팅 파워에 계속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중국 칩 팹리스 기업들이 제3의 중개자를 거쳐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 대기업에 제한 등급의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파운드리)해 빼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현장의 체감 수위는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다. 엔비디아 중국 공급망을 총괄하는 한 고위 임원은 "지난 3월부터 이미 B300을 비롯한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칩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서버 제조사들이 중국계 소유 지분이 섞인 기업으로 제품을 선적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으며, 베이징 당국 역시 엔비디아 H200 등의 수입을 승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엔비디아 H200 중국 판매 백지화 위기… ‘양방향 압박’ 갇힌 중국 AI
이번 지침의 도화선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라이선스 신청을 준비 중이던 'H200' 칩의 향방과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미국 당국은 중국에 대한 H200 라이선스 신청 건을 개별 케이스별로 매우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엔비디아 측은 해당 제품의 중국 판매를 통해 아직 어떠한 실질적인 매출도 창출하지 못했으며 최종 출하 허가 여부조차 극도로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차세대 AI 테크 산업은 본토로의 직접 수입을 위해서는 미국의 엄격한 개별 라이선스 및 규제 승인 문턱을 넘어야 하고, 대안으로 삼았던 해외 자회사 및 데이터센터 우회로마저 BIS 지침의 재검토 칼날 위에 놓이게 되는 ‘양방향 압박(Double Bind)’에 완전히 갇히게 됐다.
동남아 클라우드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빅테크와의 생성형 AI 모델 격차를 줄이려던 중국의 고도화된 기술 자강론 시나리오가 미국의 정밀한 공급망 타격에 가로막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