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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SMR 핵심 공급망’ 선점… 英 제조 병목이 부른 락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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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SMR 핵심 공급망’ 선점… 英 제조 병목이 부른 락인 기회

롤스로이스, 원자로 압력용기 파트너로 한국 두산·체코 스코다 전격 선정
단순 납품 넘어 ‘초기 기준 공급사’ 지위… 60년 장기 캐시플로우 확보 신호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가 초기 핵심 공급망을 해외에 의존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SMR 산업이 ‘설계 경쟁’에서 ‘공급망 선점 경쟁’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가 초기 핵심 공급망을 해외에 의존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SMR 산업이 ‘설계 경쟁’에서 ‘공급망 선점 경쟁’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프로젝트가 초기 핵심 공급망을 해외에 의존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SMR 산업이 설계 경쟁에서 공급망 선점 경쟁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1(현지시각) 영국 SMR 제작사인 롤스로이스가 원자로 압력용기를 포함한 핵심 부품 공급사로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의 스코다JS를 전격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영국의 자국 내 제조 병목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반면, 한국 원전 기자재 업계는 글로벌 표준 안착을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했다.

英 설계 자립 속 대형 단조 제조 병목 드러나


롤스로이스의 이번 국외 조달 결정은 영국의 자체 원전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해 영국 노동당 내각은 SMR 사업을 통해 제조업 중심지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오는 2030년대 중반까지 웨일스 앵글시 지역에 SMR 3기를 건설해 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500억 파운드(10137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자국 제조업이 온전히 누리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원전의 설계와 운영 권한은 영국이 전적으로 통제하지만, 대형 주조 및 단조 역량에서 치명적인 공급 병목이 발생하며 자국 기업 위주의 조달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원자로 압력용기 제작의 핵심인 대형 단조 설비는 단기간 내 증설이 불가능한 자본·시간 집약 산업으로, 사실상 글로벌 원전 생태계에서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영역이다.

자국 내 조달 실패에 영국 철강 로비 단체인 유케이 스틸(UK Steel)은 국유화 주조 기업인 셰필드 포지마스터스의 배제에 대해 극도의 실망감을 표명했다.

공정 지배력 확보와 60락인 효과의 시동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 예정인 원자로 압력용기(RPV)는 전체 SMR 생산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 미만으로 표면적인 수치는 낮다. 그러나 압력용기는 극소수 기업만 제작 가능한 최고 난이도 부품으로,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결정력과 협상력이 매우 높은 핵심 영역이다. 이는 단순 매출 비중과 무관하게, 해당 부품 공급사가 프로젝트 전반의 일정과 비용 등 공정 지배력을 좌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압력용기를 포괄하는 원자력 아일랜드 전체 구조물 역시 SMR 총가치의 20%에서 25%에 이르는 핵심 구역이다.

원전 산업은 한 번 구축된 공급망이 통상 40~60년에 걸쳐 유지되는 항공기 엔진과 유사한 락인(Lock-in) 구조를 지닌다.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고정적 캐시플로우가 보장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진입은 단순한 부품 납품을 넘어 글로벌 SMR 시장의 초기 레퍼런스 벤더(기준 공급사) 지위를 확보하는 중대한 전환 국면이다.

시간을 벌기 위한 영국의 단계적 외주 전략


영국 정부는 단기적으로 공기 사수를 위해 한국과 체코의 숙련된 공급망에 의존하되, 중장기적으로 자국 파트너를 육성하는 전략을 취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 산하의 원전 사업 전담 기관인 지비엔 뉴클리어(GBEN)는 첫 호기 안착 이후 내재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앵글시 SMR의 자국 내 제작 비율을 최소 70%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초기 리스크를 외부화하고, 기술 학습 이후 내재화하는 전형적인 후발 산업국의 추격 전략과 유사하다.

롤스로이스는 독일 지멘스 에너지(터빈 부문), 노르웨이 아커 솔루션(모듈 조립 부문) 등 해외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일반 철강 구조물과 밸브 등 범용 부품에서는 영국 기업을 참여시키는 완충 대안을 마련했다. 다만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한 선행 기업은 영국의 국산화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체 불가능한 핵심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가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공급망 고정기(Supply Chain Lock-in Phase) 유의 지표


공급망 고정기는 특정 개발사나 국가가 핵심 기자재 공급사를 최종 선정하여 설계 및 규제 승인 절차에 결합(Lock-in)시키는 단계로 글로벌 표준 경쟁 속에서 국내 원전 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롤스로이스 SMR의 최종 조립 공장 부지 선정 추이다. 올해 말 확정될 영국 내 20에이커 규모 공장의 위치는 한국산 핵심 주조품의 수출 물류 경로와 직결된다.

둘째, 초기 설계 계약의 상업용 본제품 대량 발주 전환 여부다. 사전 전단계 생산 계약이 실제 대량 양산 계약으로 확정되어야 실질적인 중장기 매출로 연결된다.

셋째, 영국의 자국 내 국산화 비율 70% 규제 적용 수위도 봐야 한다. 정치권의 국산화 압박 강도에 따라 국내 기자재 업체의 수주 포지션과 납품 마진율이 변동될 수 있다.

넷째, 웨스팅하우스·뉴스케일 등 글로벌 경쟁 노형과의 수주 속도 비교다. 롤스로이스가 미국 뉴스케일이나 BWRX-300 노형보다 유럽 내 레퍼런스를 빠르게 선점하는지가 글로벌 표준 안착의 척도다.

다섯째, 두산 외 국내 기자재 공급망(밸브·펌프·계측 등)의 확장 여부다. 단일 대기업의 수주를 넘어 국내 원전 산업 전반이 SMR 공급망 클러스터를 형성, 동반 진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SMR 시장의 최종 승자는 더 나은 설계를 만든 기업이 아니라, 제조 병목을 뚫고 공급망을 먼저 고정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