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60%가 전기차인데… 무거워진 차체에 도로 파손 급증, 휘발유세는 고갈
차량 무게 20% 늘면 도로 손상 2배… 500만 km 노후 도로 유지비 조달 ‘비상’
中, ‘주행거리·무게 기반’ 신규 세제 도입 저울질… 하이난성 위성 추적 시범 가동
차량 무게 20% 늘면 도로 손상 2배… 500만 km 노후 도로 유지비 조달 ‘비상’
中, ‘주행거리·무게 기반’ 신규 세제 도입 저울질… 하이난성 위성 추적 시범 가동
이미지 확대보기수백만 대의 무거운 전기차가 도로를 빠르게 파손시키는 반면, 정작 도로 수리비의 탯줄 역할을 해온 휘발유 세수는 무서운 속도로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인용한 중국승용차협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NEV)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0%를 돌파했다. 시장의 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자원 독점과 공급망 자립을 외치던 베이징 당국의 심장부에서는 뜻밖의 ‘재정 블랙홀’이 터져 나왔다.
배터리 무게에 짓눌린 500만 km 도로… “유지비 80% 대던 휘발유세가 안 걷힌다”
중국의 고속도로 중 일부는 통행료를 받지만, 절대다수의 일반 도로는 직접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수십 년간 휘발유에 부과되는 소비세를 징수해 중앙정부가 모은 뒤, 이를 지방 당국에 배분해 도로를 고쳐왔다.
중국 교통기획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휘발유세는 중국 일반 도로 연간 유지보수 비용의 80% 이상을 전적으로 충당했다.
문제는 노후화된 중국의 도로망이 전기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의 전체 도로망은 약 520만 킬로미터(km)에 달하며, 이 중 무려 500만 km가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이는 2008년 대비 60.9%나 급증한 수치다.
여기에 대용량 배터리 팩을 탑재한 전기차가 도로 마모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무겁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 니오(Nio)의 윌리엄 리빈(리빈) CEO는 지난 4월 행사에서 "차량 무게가 20% 증가할 때마다 도로 표면에 가해지는 손상 강도는 두 배 이상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자료를 보면, 국내 승용차의 평균 중량은 2012년 약 1.3톤에서 2024년 1.7톤으로 12년 만에 400kg이나 무거워졌다.
결국 길은 더 빨리 망가지는데 재원은 고갈되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중국 사회에서는 공공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휘발유차 운전자들은 "도로를 망가뜨리는 주범인 전기차 소유자들이 정작 수리비는 한 푼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격렬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이달 초 국영 인민일보까지 나서 "휘발유차와 전기차의 평등권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논평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위성으로 쫓아가며 세금 매긴다… 하이난성 ‘자유 통행료’ 전국 확대 조짐
벼랑 끝에 몰린 베이징 당국은 운전자의 주행 거리와 차량 무게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기술 기반 신규 세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개혁의 실험장은 중국 남부 해안의 열대 섬인 하이난성이다. 하이난성은 지난 1994년 모든 도로의 통행료 부스를 폐지하고 유류 할증료 체계로 통합했던 탓에, 전기차 보급 이후 재정 적자가 가장 극심하게 터진 지역이다.
이에 하이난성은 지난 2021년 중국의 '베이더우(Beidou)' 위성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활용해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고 자동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자유 통행료(킬로미터당 과세)' 시스템을 선제 도입했다. 이 위성 추적 기술이 전국적인 ‘주행거리세’ 도입의 기술적 기반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를 중국 본토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관 관료적 도전을 수반한다. 하이난성과 달리 본토의 내륙 도로망은 고속도로, 도시 도로, 농촌 도로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제각각 분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동서(추이둥수) 중국승용차협회 사무총장은 "기술은 이미 성숙했다"며 "핵심 장벽은 장비나 기술이 아니라 정부 기관 간의 이해관계 조정과 관리 체계 개편"이라고 짚었다.
“안전 기준 날림 우려” 자동차 업계 비상… 2027년 전면 도입 서막
시장과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가계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세금 인상이 단행될 경우, 중국 경제의 핵심 버팀목인 전기차 내수 판매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들의 불안도 상당하다. 산둥성의 한 BYD 하이브리드 운전자는 "무게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 치열한 가격 경쟁에 내몰린 자동차 제조사들이 세금을 줄여주기 위해 배터리 크기를 줄이거나 부품 원가를 낮추는 편법을 쓸 것"이라며 "이는 차량의 주행 거리 안정성과 주행 안전성을 심각하게 희생시키는 재앙적인 연쇄 반응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PCA 최 사무총장은 일반 가정을 압박하기보다 "도로를 끊임없이 이용하며 가장 큰 손상을 입히는 상업용 및 차량 호출(라이드헤일링) 서비스 차량에 핵심 재정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개인 차량에 대해서는 '연간 세금 면제 주행 할당량'을 주는 보완책을 제안했다.
또한, 제조사들이 무게를 줄이려고 안전 뼈대를 대충 만드는 꼼수를 막기 위해 '5성급 안전 기준'을 충족한 모델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안전 중량 면제 구역' 법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와 공급망을 쥐락펴락하며 전기차 강국으로 우뚝 선 중국이지만, 인프라 유지 비용이라는 부메랑 앞에 ‘무료 승차’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CPCA는 하이난성과 일부 내륙 성(省)의 추가 시범 사업이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에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어 2027년 중반 국가 가이드라인이 발령되면, 이르면 2027년 말이나 2028년 초에는 중국 전역에서 전기차 주행거리세와 무게세가 전면 도입될 전망이어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밸류체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