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오는 7월 20일부터 식품 통조림·물병 등에 BPA 사용 전면 금지
삼양이노켐·LG화학엔 수출 리스크, 도료업계엔 새로운 기회 될 수도
삼양이노켐·LG화학엔 수출 리스크, 도료업계엔 새로운 기회 될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도이체벨레(DW)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EU가 오는 7월 20일부터 식품 포장재에 BPA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유아용 젖병과 감열지 영수증에 한정됐던 금지 대상이 통조림, 플라스틱 물병, 도시락통, 주방용품까지 넓어진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BPA 하루 섭취 허용량을 큰 폭으로 낮추면서 나온 조치라고 DW는 덧붙였다.
BPA 하루 섭취기준 2만분의 1로 강화
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12월 채택한 규정(2024/3190호)에 따라 오는 7월 20일부터 대부분의 1회용 식품용기에 BPA 사용을 금지한다.
산도가 강한 통조림 식품과 금속용기 외부코팅은 2028년 1월까지, 반복사용이 잦은 산업·급식용 설비는 2029년 1월까지 유예기간을 준다. 유예기간 종료 뒤에도 12개월 안에 충전·밀봉된 제품은 재고 소진 때까지 판매할 수 있다.
EFSA는 BPA의 하루 섭취 허용량을 기존 체중 1㎏당 4마이크로그램에서 0.2나노그램으로 낮췄다. 종전 기준의 2만분의 1 수준이다.
DW는 BPA가 면역체계에 영향을 줘 천식과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혈관질환과 당뇨, 비만, 생식기능 저하, 사춘기 시기 변화, 특정 암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환경청(EEA) 조사에서는 유럽 11개국 성인의 92%에서, 미국 보건당국의 2003~2004년 조사에서는 2500명 넘는 대상자의 93%에서 체내 BPA가 검출됐다.
독일환경자연보호연맹(BUND)은 독일에서만 해마다 평균 41만톤의 BPA 함유 제품이 유통된다고 집계했다. 미국은 전국 단위 금지가 없어, 이번 EU 조치가 세계 최고 수준 규제로 꼽힌다고 DW는 설명했다.
국내 BPA·폴리카보네이트 수출기업 셈법 복잡
국내 화학업계는 이번 규제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호피앤비화학과 LG화학, 삼양이노켐 등은 BPA와 폴리카보네이트를 생산해 유럽向 캔코팅재·플라스틱 소재 시장에 공급해왔다.
삼양이노켐은 연간 18만톤 규모의 BPA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EU가 대체소재 전환을 서두르면서 이들 기업의 유럽 수출 물량과 단가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반대로 비(非)BPA 캔코팅재와 대체수지 개발에 나선 도료·소재기업에는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 바스프(BASF)는 유리섬유 강화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소재인 울트라듀르(Ultradur) 제품군을 BPA 없이 다시 설계해 식품접촉용 인증을 이미 확보했다고 지속가능패키징미디어(Sustainability MEA)가 보도했다.
같은 매체는 아크조노벨(AkzoNobel)도 규제 일정이 확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대체소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도료·특수수지 업계로서도 비스페놀프리 코팅재 개발에 나설 유인이 커진 셈이다.
다만 대체물질을 곧바로 수혜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국내 학계 연구에 따르면 BPA 대체재로 널리 쓰이는 비스페놀S(BPS)와 비스페놀F(BPF)도 구조가 BPA와 비슷해 내분비계 교란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규제가 특정 대체소재 종목의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캔음료·통조림을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식품기업의 포장 비용 부담도 관심사다. 대체코팅재 인증과 설비 전환에 드는 비용이 수출단가에 반영될 개연성이 있어,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일수록 포장재 전환 일정을 앞당겨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앞서 시행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사례처럼, 이번 규제도 대응 속도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별 유불리가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대체소재 안전성 검증기준은 아직 미완성
비스페놀A디글리시딜에테르(BADGE) 등 대체물질에 남는 BPA 잔류량을 1㎏당 1마이크로그램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기준은 마련됐지만, 이를 판정할 EU 표준시험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식품안전전문매체 푸드세이프티매거진이 보도했다.
기업들은 자체 검증방식의 타당성을 따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BPA프리 표기가 다른 비스페놀 사용까지 걸러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DW는 지적했다.
EFSA는 새로 낮춘 하루 섭취 허용량이 평생 노출을 가정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바스프와 아크조노벨처럼 대체품 인증에 이미 나선 유럽 소재기업 사례가 늘면서, 국내 관련업계도 유사한 대응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