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지리는 공장 인수, BYD·엑스펑은 매입 협상 단계로 관세 부담 낮춰
방산업계는 예산 의존에 전환 더뎌, 韓 완성차엔 정책 변수 산적
방산업계는 예산 의존에 전환 더뎌, 韓 완성차엔 정책 변수 산적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정리하던 유휴 생산라인을 두고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방위산업체보다 빠르게 활용 방안을 늘려가는 양상이다.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는 지난 1일(현지시각)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유럽의 유휴 자동차 공장을 잇달아 인수·임차하며 관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브랜드의 유럽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9.5%로 아직 한 자릿수대에 머문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는 지난 4월 처음으로 15%를 넘어서는 등,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체리·지리는 인수, BYD·엑스펑은 검토 단계
체리자동차(Chery)는 올해 하반기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에서 자체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 영국 선덜랜드 닛산 공장에서는 닛산이 소유권을 유지한 채 체리 차량을 위탁생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리자동차(Geely)는 스페인 발렌시아 인근 포드 공장의 유휴 라인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BYD)는 독일 드레스덴 폭스바겐 공장 절반가량의 인수를 검토 중이고, 엑스펑(Xpeng)도 폭스바겐 공장 매입을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두 건 모두 확정된 계약은 아니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립모터(Leapmotor) 지분 21%를 인수해 마드리드 비야베르데·사라고사 공장에서 공동개발 모델과 립모터 브랜드 차량을 각각 생산 중이다. 기본관세 10%에 반보조금 관세가 더해져 업체별로 최고 35.3%에 이르는 EU 관세를 피하려는 목적이 공통분모다.
오토모빌리티의 빌 러소(Bill Russo) 대표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휴설비를 채우는 차원이 아니라 유럽 산업 생태계에 스스로 편입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中 공세보다 신차 공백이 더 아파
국내 완성차업체로서는 중국 업체의 현지 생산 확대 자체보다, 유럽 판매 부진의 복합적인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5월 현대차의 유럽 판매량은 19만 73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고 점유율도 3.9%에서 3.4%로 낮아졌다. 기아는 23만 7656대를 팔아 5.1% 늘었지만 점유율은 4.1%에 머물렀다.
두 회사를 합친 점유율은 8.0%에서 7.5%로 내려앉았다. EV6·아이오닉6 등 기존 볼륨모델이 출시 1년을 넘겨 노후화한 데다 유럽·중국 브랜드의 신차 공세가 겹치며 고객 관심이 분산됐다고 지적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도 부진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비야디는 13만 5307대로 145.2%, 체리 계열은 12만 2843대로 316.0%, 립모터는 4만 3037대로 552.9% 급증해 경쟁 강도 자체는 뚜렷하게 세졌다.
변수는 정책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4일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 가격의 70%를 EU산으로 채워야 보조금 대상 '유럽산 자동차'로 인정하는 산업가속화법(IAA) 제정안을 발의했고, 현재 유럽의회와 이사회 심의가 남아 있다.
이 규정이 그대로 통과되면 체코·슬로바키아에 이미 생산 거점을 둔 현대차·기아에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중국 업체들도 현지 생산을 늘리는 중이어서 관세와 원산지 요건 모두에서 우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부품업계로서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신차 흥행 여부가 협력사 수주 물량과 직결되는 만큼, 하반기 아이오닉3·EV4 판매 추이를 실적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방위산업 전환은 왜 더딘가
같은 유휴공장을 놓고 유럽 방위산업체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라인메탈(Rheinmetall)은 폭스바겐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탱크 생산기지로 삼으려 했지만 지난해 협상이 중단됐고, 폭스바겐은 일단 이 공장에서 군용차량 시제품만 만들어 뉘른베르크 방산박람회에 출품했다.
브레이킹디펜스는 완성차업체의 방산 진출 지속 여부가 EU와 각국 정부의 예산 지원이 계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르노는 드론업체 튀르지스 가야르(Turgis Gaillard)와 월 600대 규모 드론을 생산하면서도, 회사 관계자가 무기 생산 부문에 본격 진출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웨덴 노스볼트가 지난해 파산한 뒤 유럽에는 자국산 배터리 생산업체가 남지 않아, 중국산 배터리 의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3%로 늘어나면 역내 생산 장비 수요가 14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유휴공장을 둘러싼 경쟁과 EU의 원산지 규정 도입 여부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가 하반기 내내 지켜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