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 르노 측에 지분·사업 협력 형태의 전략적 접근 시도
르노 경영진·프랑스 정부, ‘현지 생산망 및 노하우 보호’ 위해 선 그어
르노 경영진·프랑스 정부, ‘현지 생산망 및 노하우 보호’ 위해 선 그어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가 유럽 시장의 핵심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프랑스 대표 완성차 기업 르노(Renault)와 지분 및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한 사실이 알려지며 유럽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체 공장 건설을 넘어 현지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중국 기업의 전략이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 셈이다.
프랑스 경제 매체 레제코(Les Echos)는 10일(현지시각), BYD가 최근 2년간 르노 측에 경영권 일부 또는 생산 인프라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르노 경영진과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제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르노 생산망 노린 BYD의 전략… ‘현지 자산’ 내재화가 목적
BYD가 르노에 관심을 둔 이유는 유럽 시장 내 생산망뿐만 아니라, 르노가 수십 년간 축적한 현지화 자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단순히 판매망이 확보된다고 해결되는 시장이 아니다.
엄격한 현지 인증 체계, 수백 개의 부품사가 얽힌 공급망 관리(SCM), 노사 관계를 다루는 노하우, 그리고 현지 소비자 맞춤형 엔지니어링 역량 등은 신규 진입자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핵심 자산이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약 15%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특별 의결권 구조를 통해 실제 의결권은 30%에 육박하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는 국가 기간산업인 완성차 기업을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지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르노 역시 이미 지리자동차와 내연기관 엔진 부문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만큼, 특정 중국 기업에 생산망이 쏠릴 수 있는 결합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BYD의 이번 움직임은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현대차·기아와 유럽 공급망을 구축 중인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서, 중국 기업이 유럽의 기존 생산망을 통째로 흡수하려는 시도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BYD가 공장 건설 대신 기존 생산망을 우회 확보하려는 시도는 유럽의 진입 장벽을 정면으로 뚫으려는 전략”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 인증 기준과 공급망 효율성을 선점하여 중국과의 차별성을 극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한다.
특히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완성차와의 긴밀한 공급망이 중국 자본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 주권’ 방어 나선 유럽, 향후 M&A 판도 변화 주목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와 관세 부과 등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기업 인수 시도는 유럽 내 전략적 자산 보호 논의를 더욱 촉발할 전망이다.
르노 사례에서 보듯, 유럽 각국 정부는 자국 완성차 기업을 단순히 상업적 주체를 넘어 국가 경제의 중추로 간주하고 있다.
앞으로 BYD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직접 건설’과 ‘기존 기업과의 파트너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는 향후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결정할 핵심 요소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유럽 생산망 확보 시도는 지속될 것이나, 각국 정부의 ‘전략 자산 보호’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 대규모 인수합병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정치적·경제적 장벽이 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